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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un 26. 2023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면 돼


 여유 없이 살아온 삶의 한 편을 떠올리면, 그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도 초조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쟁자를 쫓아내려 애를 쓰던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몸만 컸지, 마음은 여전히 욕심을 가득 안은 어린 날에 머물러 있었다.

 세상이 내게 가르치기를, 삶은 늘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가학적으로 자신을 벼랑 끝에 내몰아야만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난, 결국 웃지 못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은 새빨간 거짓말이었고, 이제 내게 남은 '열정'은, 그 희망고문 만으로는 삶을 힘차게 살아낼 수 없게 되었다.

 애쓰며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건만, 행복은 그리 너그럽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꽃과 푸른 잎이 메말라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나처럼 세상을 향해 원망만을 퍼부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느냐고, 이젠 다 싫다고.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런 삶이 싫은데도 이상하게 자꾸만 열심히 살아 내었다. 꾸역꾸역 버티고 이겨내었다. 여태 그렇게 살아왔고, 여태 그게 맞는 줄로만 알았으니까. 열심히 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열심히 살아야 성공한다고 잡아 흔드는 세상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사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답은 없어서, 그래서 가끔은 먼 미래를 바라보다가도, 현실에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갈팡질팡하는 인생의 길목에서, 이제 더는 세상이 정한 길로 걸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바람과 파도가 요동치는 세상에서는 흘러가듯 살아가야만 했다. 그런 편이, 내가 무너지지 않고 오래오래 이 바다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런 나의 인생은 결코 정갈하지 않으리라. 흐트러지더라도 아름답게, 세상에 흔들리더라도 변화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유영할 것이라고. 누군가 힘겹게 다져놓은 길을 따라 걸어도 봤다가, 또 어떤 날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보기로 한다. 내가 걷는 이 길의 끝에 행복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걷는 이 순간 행복이 함께 하기를. 이제 더는 고통 속에 몸무림 치며, 언제 마주할지 모를 미래만을 바라보지 않겠노라고. 조금 무모하고, 부족할지라도, 오늘 그리고 가까운 내일만은 고통스럽지 않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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