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직장 내에서의 불행과 인내 그리고 행복, 안식의 이야기
'내가 일을 한다면, 몇 살까지 할 수 있을까?'
내 마음속에 퍼진 파장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만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의 젊은 날 20대는 치열하기 그지없었다. 온몸을 다해 세상에 부딪혔고, 쓰러졌고, 망가졌다. 피투성이가 된 영혼은 차가운 현실이라는 맨바닥에 나동그라졌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았다. 뜨겁게 그러쥐고자 했던 꿈은 차가운 바람에 힘없이 꺼졌고, 현실과 타협하고자 몸부림쳤던 순간들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 가로막혔다. 취업 불황, 권고사직, 코로나19, 불경기를 겪으며 밑바닥까지 고꾸라져야만 했던 순간들. 20대의 끝무렵에 다다라서야, 세상이란 곳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일으켜주지 않는 냉정한 세상이라고, 타인을 탓하거나 원망할 틈이 없었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어떻게든 일어나야만 했다. 매달 월급을 꼬박꼬박 받던 시기가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그때의 나는 깨닫지 못했다. 그래도 막연히, 직장생활을 하던 그때가 정녕 행복했었느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고도 말하겠다. 그 시절 내 곁에는 가시 박힌 시선과 말들이 나의 시커먼 그림자를 이불 삼아 덮고 다녔다. 언제든, 어느 때든, 예고도 없이 튀어나와 나를 할퀴고 상처 입히곤 했다.
그 시절 나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몇 시간씩 직장상사의 화를 받아내야만 하는 감정쓰레기통이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상사가 흩뿌린 서류를 얼굴로 맞으며 울음을 참는 울그락불그락한 토마토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또 어떤 날은 인정받고 싶어 밤새 야근을 해내던 여린 순두부이기도 했다. 그런 가녀린 시간들이 이리저리 굴려 다니면서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현실이 뱉어내는 아우성에 아무렇지 않아 질 수 있는, 굳은살이 박힌 마음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나는 내 안의 수많은 성실을 길바닥에 버렸다. 어쩌면 그날의 뜨거운 열정이기도 했고, 또는 어리석은 아집이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저 '인내'였던 것 같다.
'이직도 생각해야지. 여기서 겨우 1년만 하고 나갈 순 없어. 여기서의 인내가 내 성실함의 척도가 될 테니까.'
어떻게 그런 생각으로 꾸역꾸역 회사생활을 버텨냈는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 십 번씩 사표를 쓰는 상상을 하며, 가슴속에는 언제나 잉크가 마르지 않는 사직서가 있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 때문에, 나는 현실이란 추운 겨울에 홀로 서서 오들오들 떨었다. 내 마음의 불씨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줄도 모르고.
그래서 현재의 나는, 세월 속 숱한 고난들로 인해 10년 전의 지금보다 마음이 더욱더 단단해져 있다. 그 시절에는 어쩌면 눈물지었을지도 모를 일을, 이제는 담담히 마음속에 담아둔다. 어쩌면 더 나은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 오늘날에도 역시나 회사생활은 늘 부담으로 따라오지만, 이제 나는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회사생활은 내 인생의 별개가 아닌, 일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이미 지나버린,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회사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영원히 할 것만 같던 회사생활도, 언젠가는 못하게 되는 나이가 올 테니까.
먼 훗날의 내가, 회사원의 나를 추억하는 기록이자, 오늘도 고통스러운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공감의 한 점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