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과 그리움
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한산한 우동집에 들어가 우동 한 그릇을 시켰다.
그러고는 벽에 걸린 메뉴판을 멍하니 쳐다보며 앉아 있는데,
한 남자 아이가
한 뼘 남짓되는 장난감 칼을 들고는
가게로 뛰어 들어와서
잠시 두리번대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조리하는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슈퍼카이저!!"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으워어어어억!!!"
아이보다 더 큰 목소리로
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는 척을 하는
아저씨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웃고 있는데
불현듯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어릴 적,
외동으로 혼자 크던 나에게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버지는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만나는 반가운 친구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 어깨에 올라타거나 팔에 매달리며
지친 아버지를 많이 귀찮게 하곤 했는데,
그 때 마다 우동집 주인아저씨처럼
온갖 오버를 하시며 받아주시곤 하셨다.
많이 어릴 때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직도 하나 또렷히 기억하는 게,
하루는
내가 만화영화에서 본 주인공의 펀치를 따라한답시고
그 조그만 손을 아버지 복부로 날렸다.
"으악~아부지 죽는다~~~~"
이러곤 배를 잡고 쓰러지는 연기를 하시더니
털썩 쓰러지시는게 아닌가?
그 때 난 정말 아버지가 내 펀치에 죽은 건 줄 알고
누워있는 아버지를 붙잡고 아빠 미안하다며 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도 웃음이 나는 이 이야기가
20년도 더 된 옛 이야기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우동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잠시 회상을 하고 있는 사이 우동이 나왔다.
내 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속엔
우동집 주인아저씨도
20여 년 전의 내 아버지도
그리고
이제는 연로하신 지금의 내 아버지도
모두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