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총 세 개의 자격증이 필요하다. 항공사에 입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첫 번째로 자가용 비행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 취미로라도 비행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비나 구름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경우에 계기만 보고 비행하는 계기 비행자격증이고 세 번째가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이다.
비행학교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바로는 1년 6개월 정도 잡으면 알맞을 것 같다. 매달 비행요금과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가 지출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든 교육과정 동안 학생은 교관과 함께 비행을 한다. 계기를 제외한 나머지 자격증 과정 중에는 혼자 비행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다. 혼자서 미국 주 내에 있는 다른 지역을 비행해서 갔다 와야 한다.(순서) 학생들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이다. 우리는 크로스컨트리라고 부른다. 자격증을 취득할 때 여러 가지 비행시간이 필요한데 이 솔로 크로스컨트리 시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이 크로스컨트리를 혼자 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에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학생 중엔 담당 교관이 판단했을 때 영어나 비행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영어수업을 다시 듣던지 크로스컨트리 전 여러 번의 추가 비행을 통해 실력을 쌓아 교관을 만족시켜야 했다.
나의 첫 자가용 과정 때 솔로 비행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장 많이 긴장했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난 비행거리로 왕복 3시간 이상 떨어진 다른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이제 고작 비행한 지 한 달 조금 넘어가는 시기였다. 비행기 내부 조작은 물론이고 관제사와 대화하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지만 수업에 일부였기 때문에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솔로 비행 스케줄이 잡혔던 그 주는 혼자 비행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함께 비행하며 친해진 베트남 친구에게 도움을 구했다. 먼저 크로스컨트리를 다녀온 친구를 소개해준다고 했다. 그들은 항상 무리를 지어 다녔고 처음 본 나를 친절히 그 무리로 이끌었다. 먼저 다녀온 친구는 학교 안에서 오며 가며 몇 번 마주쳐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는 일주일 전 나와 같은 지역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가 비행하며 있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모습에는 아직 그때 흥분이 남아있었다. 나도 살아 돌아와 내 이야기를 하면 이런 표정일까 싶었다. 비행 중 루트를 변경한 이야기, 구름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피해 다닌 이야기, 관제사의 말을 못 알아들어 실수한 이야기 등 등 사소한 이야기도 우리에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나를 포함한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관제사와의 대화였다. 대화라기보단 빠른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기에 정해진 형식을 따라 말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다 가끔 이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축약어가 나올 땐 말 그대로 멘붕상태에 빠졌다.
친절히 풀어서 설명해주는 관제사가 있는 반면 바빠서 짜증 내거나 심지어 본인 전화번호를 불러주는 관제사도 있었다. 비행을 마치고 내려서 받은 번호로 전화를 하면 관제사 쪽에서 라이선스를 취소하겠다느니 다시는 이쪽으로 오지 마라 같은 라디오로 할 수 없는 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먼저 갔다 온 친구는 필요한 관제 용어에 대해 전부 알려주었고 보고 절차부터 비행 중 관제사와 할만한 대화를 나는 모조리 종이에 받아 적었다. 또 최대한 적게 대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짧은 루트로 다녀와야 한다며 출발지와 목적지가 가장 가깝고 눈에 띄는 지형지물이 많은 루트 지도 위에 그려주었다. 눈에 띄는 지형지물은 비행기 내부 기기가 고장 났을 때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고 했다. 나는 지도 위 그어진 선들을 보며 눈에 띄는 지형만 보는 일은 없길 바랬다.
솔로 크로스컨트리 당일 나는 짐을 한가득 차에 싣고 학교로 향했다. 그날 하늘은 구름 없이 맑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었다. 도심을 지나 플로리다 사우스 웨스트 브리지를 넘자마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햇살에 바다 빛이 더욱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해 오늘 타야 할 비행기를 점검했다.
매일 하는 점검이었지만 이날만은 더 디테일하게 확인했다. 대략 50년쯤 된 비행기였지만 점검상 이상은 없었다. 짐을 전부 비행기 안으로 옮겨놓고 비행 전 브리핑을 하기 위해 건물 내 브리핑 룸으로 들어갔다. 담당 교관은 아침 일찍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손에 나만큼이나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내가 챙기지 못했을 것 같아 챙겨 왔다고 했다. 책상에 앉아 오늘 날씨, 이 착륙 공항의 이슈 등 여러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교관은 아이패드로 내 비행경로를 계속 체크해주겠다고 했다. 위험한 것 같으면 가까운 공항에 내리라고 신신당부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나만큼 긴장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모든 브리핑을 마치고 교관이 나지막하게 응원을 남겼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