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프로그램 강좌에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검사)를 했다. 익히 알고 있듯이, MBTI는 네 가지 영역으로 성격을 분석해서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성격을 구분한다. 에너지의 방향이 내부로 향하는지, 외부로 향하는지에 따라 내향형(Introversoin)과 외향형(Extraversion)으로 나누고, 인식기능이 오감을 통한 사실이나 사건을 인식하는지, 사실이나 사건 이면의 의미와 관계 가능성을 인식하는지에 따라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on)으로 나눈다. 또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사고형(Thinking)과 감정형(Feeling)으로 나뉜다. 마지막으로 생활양식이 외부 세계에 대해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성향은 판단형(Judging)이고 개방적이고 융통으로 접근하는 성향을 인식형(Perceiving)이다.
그런데 평소에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재미로 했던 결과와는 달라서 조금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성격 유형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그때마다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어떤 가능성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왠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경계에서 우왕좌왕하는 숫자가 마치 악의를 가지고 놀리는 웃음 같아 기분이 비틀어졌다.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는 달라 보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자기 의심 같은 것. 내가 아는 내 성격에 대한 호기심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출생과 함께 타고난 성격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이야기는 마치 타고난 사주팔자를 보는 것 같았다. 절대로 변할 수 없는 DNA처럼.
영화 「소울」 이야기다. 2021년 미국과 영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영혼이 지구에 태어나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인데, 어떤 성격을 부여받고 세상에 태어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성격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또한 성격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이 머무는 곳, ‘유 세미나(You SEMINAR, 영혼을 교육시키는 곳)’에서 독특한 자기만의 성격을 부여받는다. ‘유 세미나’에는 여러 성격이 산다. 불안, 자아도취, 열정, 우울, 질투 등 열여섯 가지 MBTI 유형도 포함한다. 자기만의 성격이란, 원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여섯 개의 원, 즉, 7개 원이다. 비어있는 원에 필요한 항목이 채워지면 지구통행증을 얻는다. 이러한 성격으로 준비된 영혼은 지구로 보이는 구멍으로 떨어져 인간으로 태어난다. 7개 항목으로 지구통행증을 가지고 태어난 영혼은 변하지 않는 성격을 부여받은 셈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열정이라는 항목에 무엇으로 채워질지는 지구에서 불꽃을 찾는 일이다.
누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귀가 얇은 회의론자, 누구는 심하게 호기심이 많고 짜증을 잘 내는 외톨이, 누구는 상당히 기회주의적이고 남을 조종하는 과대망상가지만 열정에 담을 불꽃을 지구에서 찾기 위해 멘토를 만난다. 멘토란 조언을 하면서 지도하는 정신적 스승이 아닌가. 삶은 수많은 멘토에 의해 달라지는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태어난 모든 사람은 그 불꽃을 어떻게 찾으며, 찾은 불꽃을 어떻게 사용하며, 사용한 불꽃으로 어떤 삶을 살지는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 자기 결정에 의해 달라진다. 그러니 태어나면서 형성한 성격이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논리에는 허점이 있다.
“불꽃은 채우는 게 아니야. 인생을 살 준비가 되면 마지막 칸은 채워져.”
사실, 불꽃은 준비가 되면 저절로 채워진다는 것. 아마도 사람이 잘 모르는 영역, 어쩌면 운이라고 하는 영역은 빛처럼 자기만의 색으로 환하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생명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MBTI 검사할 때, 내가 아니라 나를 알고 있는 타인이 한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내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내가 아니라, 보이고 싶은 내가 아니라, 나를 겪어본 타인이 MBTI 항목에 체크한다면 과연 결과는 같을까, 다를까.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할 때 나를 규정하는 범위가 좀 더 선명하지 앓을까 싶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이 방법도 매우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너무나 많아, 내가 나를 너무도 모르는 것처럼, 어쩌면, 타인이 나를 겪어본 경험으로 나의 성향을 이야기한다면, 나를 아는데 도움이 될지도, 새로운 시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주팔자를 알고 싶어 공부하고 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주를 알 수 있다면, 위험을 예방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다. 마치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우산을 챙기고, 더구나 우산 없이 밖으로 나가서 비를 쫄딱 맞아 감기가 걸리는 일을 방지한다면 사주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이처럼, 자기 성격을 분석한다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분석한 결과에 고정하는 마음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자세는 불안하다. 내가 어떤 성격인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삶의 불꽃을 찾으려는 열정에 회의가 생기면 곤란하니까.
모든 생명은 자기만의 성격을 부여받고 태어난다. 형성된 성격으로 지구통행증을 받고 탄생한 생명은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한 가지가 아닌, 일곱 가지 색깔. 색은 바랠 수도 있고 다른 색과 혼합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색은 다양한 생명체를 말하는 것이니 나를 구성한 성격은 죽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무지개처럼 언제나 빛을 뿜어 내는 소울임이 틀림없다. 불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