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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Apr 26. 2024

호수

새벽(유리 슐레비츠 그림 글,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조용하다.

고요하다.

싸늘하고 축축하다.

호숫가 나무 아래

할아버지와 손자가

담요 속에서 웅크리고 잔다.

달빛은 바위와 나뭇가지를 비추고,

이따금 나뭇잎 위로 부서진다.

산은 어둠 속에서 말없이 지키고 서 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 실바람.

호수가 살며시 몸을 떤다.

느릿하게, 나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외로운 박쥐 한 마리, 소리 없이 허공을 맴돈다.

개구리 한 마리, 물로 뛰어든다.

그리고 또 한 마리가.

새가 지저귄다.

어디선가 화답하는 새소리.

할아버지가 손자를 깨운다.

두 사람은 호수에서 물을 길어 오고

조그만 모닥불을 피운다.

담요를 개고

낡은 배를 물속으로 밀어 넣는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고즈넉이 나아간다.

노는 삐걱대며, 물결을 헤친다.

한순간,

산과 호수는 초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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