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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Apr 12. 2024

지금

세 가지 질문(레오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역/달리)

  니콜라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니콜라이는 궁금한 것이 많았어요. 그중 세 가지가 매우 궁금했어요.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알면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니콜라이 친구들도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미리 계획을 세우면 중요한 때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정신을 집중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중요한 때를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등등.

  니콜라이는 번째 질문인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해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아픈 사람 치료해 주는 사람, 규칙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지요.

  세 번째 질문,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지 조금 더 생각했어요. 하늘을 나는 거, 항상 재미있게 노는 거, 싸우는 거, 라며 친구들이 장난치며 말했어요.  친구들 이야기가 좋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니콜라이는 거북이 레오 할아버지를 찾아갔어요. 아마도 할아버지는 분명히 답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외따로 산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밭 가는 일이 힘에 부쳤지요. 니콜라이가 대신 밭을 갈면서 할아버지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어요. 그때 폭풍우가 쳤고 어디선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비바람을 맞으며 소리 나는 곳에 가보니 나무에 깔린 판다가 있었어요.  조심스레 니콜라이는 판다를 안아 할아버지 집으로 데려갔어요. 판다가 눈을 떴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아기는 어디 있나요?"

  니콜라이는 아기 판다를 찾으러 갔어요. 울부짖는 바람과 쏟아지는 비를 뚫고 숲 속 깊숙한 곳까지 달려갔어요. 오들오들 떨고 있는 판다를 데리고 왔어요. 어미 판다 품에 아기 판다를 안겨주었지요. 할아버지는 그런 니콜라이는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 지었어요.

  다음 날 아침,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새들이 지저귀었어요. 다시 평온한 세상이 돌아온 거예요.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어요. 마음이 편안했어요.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허전했어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레오 할아버지에게 다시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는 니콜라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어요.

  "너는 이미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고 있잖니?"

  "제가요?"


  "만일 어제 네가 나를 도와 밭을 갈지 않았다면, 너는 비바람 속에서 판다가 구해달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때는 네가 밭을 갈던 순간이었던 거지. 그때 너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밭을 가는 거였지. 그리고 판다를 발견 했지? 그때 너에게 중요한 때는 판다를 구하고 치료하는 순간이었지.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판다를 치료하고 안전하게 보살펴 주는 일이었어."

  "기억하렴.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란다. 니콜라이야.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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