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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사랑 Nov 12. 2020

저희 아이를 아시나요?

웃으며 안녕, 우리 인사해요

분유를 먹다가 스르륵 잠든 첫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나쁜 생각이 떠오른다. 나에게는 사랑스럽고 귀한 아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어찌 보일까? 못생겼다고 놀림당해서 아이가 상처 받으면 어쩌나.


아기띠를 매고 외출을 할 때면 의식적으로 행복한 얼굴을 만들고 마음까지 단단히 무장하고 나갔다. 누구도 나와 내 아이를 불쌍히 여기지 않게 말이다.

감사하게도 첫째를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엽다, 예쁘다 아니면 아가다! 웃으며 말을 걸었다. 무례하게 대하는 이는 적었다.


물론 적었을 뿐 없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도 강렬한 감정의 잔상이 남은 순간이 있다.

그 날 첫째를 데리고 소아과를 갔다. 소아과에 들어서는데 처음 보는 분께서 얘 혹시 첫째가 아니냐며 물어왔다. 어떻게 아이를 아시는지 여쭈니 나와 아이를 아는 분께 건너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다. 얼떨떨했지만 일단 웃으며 인사했다.


소아과 진료 후 아이를 아는 척했던 그 분과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유모차에 탄 우리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분의 눈길에는 긍정적인 것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호기심, 동정 그리고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생전 처음 만난 이상하게 생긴 무언가를 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어쩌면 내 착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첫째와 다니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감의 눈길이었기에 아직까지도 그 순간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내 아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며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했을, 나를 아는 그분에 대한 언짢음도 함께 남았다. 그분은 우리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했거나 가볍게 언급을 했었을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던 나는 그로 인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다른 장애인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이 불쾌한 '눈길'을 받아본 경험이 다들 있다고 한다. 다른 점이 외양에서 드러나는 경우 모르는 사람이 안타깝게 혹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좀 길게 첫째를 바라보거나 하는 경우, 나는 속으로 '네. 맞아요. 다운증후군이랍니다. 근데 저희 아이 귀엽지요?' 하며 그 사람을 향해 한 번 웃어준다거나 그냥 못 본 척 지나친다. 그럴 때마다 마음 상해하기엔 우리 인생이 바쁘니까.


첫째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여쭈니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무시하거나 같이 노려보거나 왜 그리 보시냐며 거침없이 대응한 분도 계신다.

하지만 현답은 이 것이었다. "냅둬. 가족 중에 다운이 있나 부지."

우리는 다 함께 으하하 웃었다. 그 집도 사연이 있어 남 일 같지 않아 살피는 건가 보다 하고 넘기면 되는 것이구나. 이것이 불쾌한 경험도 쾌하게 넘길 수 있는 장애인 가족만의 해학이다.


첫째를 만나기 전까지 나 역시 목발을 짚은 사람을 보거나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난 사람을 보면 티 나지 않게 흘깃거리고는 했다. 나의 일이 되기 전까진 장애에 대해 관심이 적었고 밖에서 마주친 장애인을 낯설어했다. 무지했다. 그래서 부끄럽다.


우리는 첫째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로 마트로 뒷 산으로 열심히 다닌다. 첫째가 우리 동네에서 생활하는 것이 이질적이지 않고 일상적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첫째를 마주치는 일이 잦다면 그 '눈길'도 덜 받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깨달았다. 첫째가 이상해 보일까 싶어 노심초사한 내가 되려 웃긴 엄마였다.


만일 동네에서 우리 첫째를 만난다면 자연스럽게 지나가 주시길. 만일 실패하여 우리 첫째와 눈이 마주쳤다면 여느 아가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처럼 씩 웃으며 "안녕" 하고 첫째와 우리 가족에게 인사해 보시길 부탁드린다.

좀 남다른 우리 아이가 섞여 사는 동네 풍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게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당신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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