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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Feb 01. 2024

환상을 믿어요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종종 작가(조경가)를 만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온기와 달콤한 다정함, 그리고 바람결 같은 기발함으로 만든 환상으로. 그래서 실제 작가를 만나게 되면, “앗, 작품에서 생각했던 것과 이렇게나 다르네” 하고 생각하곤 한다.


작품 속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크고 깊었던 것일까? 그 낙차에서 오는 충격이 상처를 주었던 걸까? “작품을 보고 사람에 대한 환상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라고 단언하던 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풍경 속의 작가를 믿는다. 


작품에 오롯한 진실을 담는 일이 가능할까? 작품에서 (못나고 부끄러운 점을 포함한) 작가의 모든 면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은 진실의 결정체가 아니라, 자신의 가장 예쁜 일부를 떼어 나무를 가꾸듯 오랫동안 보듬어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그 환상을 뿌리처럼 굳게 믿는다.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2년 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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