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오는 지금도 안녕하세요?

밤이 깊어오는 날

by 소이치




나의 생활은 보통 밤에 이루어진다.

어스름하게 해가 떠오를 때쯤 마무리를 하고 잠에 들고 해가 중천에 떠올라야 아침이구나 하면서 일어난다.

잠에 빠져들고 일어난다기보다 기절해서 번뜩 일어나는 거 같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곤 한다.

이유라고 한다면 내가 하는 일의 특수성일 수도 있고 밤에 할 일이 더 많은 것일 수도 있겠다.


전에는 일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면 고단함 대충 씻고 자는 게 마무리였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혹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아침이 다가오기까지 노는 시간이 더 많기는 해도 전과는 달리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시작했다. 이 글처럼 글을 써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스케치를 하고 괜히 만년필 세척하고 낙서도 해보고.


내 깊어지는 밤과 이어지는 새벽과 밝아오는 아침은 그렇게 흘러간다.


낮의 활기 넘치고 소란스러움과는 달리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느껴지는 차분함과 적막이

오히려 뭔가 생각에 잠기고 노트에 끄적이고 아래로 가라앉기에는

'이처럼 더 좋은 환경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낮에는 맡은 일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라면 밤이 되어서는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느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 무엇이든 해볼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하기도 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내 시간.


조용히 끄적이는 밤이 깊어오는 지금도 안녕하세요?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또 시작하며 안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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