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물드는 날, 길가에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
기온차는 10도를 넘나드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추석은 어느샌가 성큼 다가왔고
낙엽은 그에 맞춰서 우리가 길고 두꺼워진 옷을 꺼내 입듯 점차 옷을 갈아입는다.
빨갛고 노랗고 서서히 물들어가는 계절이 눈에 보일 듯 안보일 듯 못 느끼는 것만 같은데
어느새 가을은 이만큼이나 다가와버렸다.
가을은 유독 감성적인 부분을 잘 건드리는 계절인 거 같다.
여름 내 일에 지치고 쉼 없이 달려와버려 지쳐서일 수도 있고
그냥 옷깃을 여미며 센치해지는 것일 수도 있을 거 같고
그냥 남들이 그러니 따라 그러는 거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데 생각에 빠져 쉽사리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어쩐지 발라드를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계절.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낸들 알았을까.
남들보다 내가 더 빨리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는 걸.
마침 쉬는 날이 되어서 할 일도 마무리하고 조용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요 근래 낮과는 달리 굉장히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햇빛 아래에는 아직도 더운 느낌이 가득해 그늘로 자리를 옮겨 겸사겸사 가만히 서있었다.
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계절상으로는 누가 뭐래도 가을이었는데
쉬는 날 햇볕이 내리쬐는 길가에서 그늘에 들어와서야 느꼈다.
내 뒤에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그 길가에 서서 낙엽이 지는 날에 나는 안녕합니다.
또 그 자리에서 당신은 안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