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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치 Jan 13. 2023

#드디어 증류주_01

우리나라의 술을 세 가지 정도로 분류했을 때 마지막인 증류주의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증류주는 일단 증류식 소주를 말한다. 앞선 탁주나 청주를 만들 때 밑술을 증류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드는 술이다. 이러한 것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위스키의 경우 맥주와 비슷한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친 뒤 만드는 술이고, 사과나 포도를 과실주로 만든 뒤 증류해서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브랜디가 되기도 한다. 럼이나 진, 백주, 보드카, 데킬라 등 많은 종류의 술이 증류주이다. 이들의 특징은 도수가 우리가 흔히 마시는 희석식 소주와는 달리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인식이 강렬한 목넘김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주는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소주는 전통주로 분류되는 증류식 소주가 맞다. 하지만 예전 쌀이나 곡물을 많이 쓰는 양곡관리법으로 인해서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주정에 물을 섞어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퍼지면서 그 이름을 뺏긴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에 이르러서는 증류식 소주를 말할 때 앞에 증류식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말해주어야 서로 알기 쉬워진다.     


하지만 이도 정확한 분류법은 아닌 게 희석식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주정 또한 만들 때 돼지감자나 카사바 같은 저렴한 곡물에서 뽑아낸 전분을 발효시켜 증류시켜서 주정을 만들게 된다. 여기에 물을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하여 만든 게 초록 병의 소주다. 이때 첨가되는 감미료 덕분에 술이 실제로 달다고 느끼는 게 기분뿐만은 아니다. 희석식 소주의 장점은 당연히 저렴한 가격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쉽게 즐길 수 있고 찾는 데에 이 가격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단점은 감미료를 첨가했다고 하지만 술로서 즐기기보다는 알코올의 심한 향과 맛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술 문화가 요즘에서야 조금씩 바뀌지만 그래도 오로지 취하려 마시는 것이 많기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많기도 하다.     



최근 많이 마시는 증류식 소주, 광주요의 화요


반면 증류식 소주의 장점으로는 그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앞의 글에서 청주가 가지는 매력으로 맛과 향을 뽑았는데 만드는 방법이 수없이 많은 만큼 각각의 주류가 가지는 맛과 향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통해 증류식 소주를 만들면서 각각의 소주 또한 맛과 향이 전부 다르다. 증류할 때 탁주도 사용하고 청주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난이도부터 맛 술의 도수까지를 고려한다면 탁주보다는 청주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별다른 감미료나 첨가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증류식 소주에서는 매력적인 곡물의 향도 느낄 수 있고 증류하는 과정에서 날아가는 불순물 덕에 과음하지 않는다면 숙취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증류하는 법으로는 상압식과 감압식 두 가지로 나뉘는 데 쉽게 보자면 열을 사용해서 증류하는 방법인 상압식과 증류기에 진공펌프를 사용해서 증류 도중 낮은 기압으로 증발하는 온도를 낮춰서 증류되도록 하는 방법이 감압식이다. 둘 다 장, 단점이 확실한 편인데, 상압식은 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서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편이지만 잘못하면 탄 맛이 나기도 한다. 반대로 감압식은 탄내는 거의 없지만 맛이 단조로워지는 한편 마시기 편하고 깔끔한 맛을 장점으로 든다.     


우리나라 정통 증류 방법으로 소줏고리가 있는데 원래의 기원은 페르시아라고 알려져 있다. 이것이 중국, 당시의 원나라를 통해 고려시대 후기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의 증류기가 어떤 모습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솥에 술을 담아내고 그 위에 그릇을 띄운 후에 솥뚜껑을 뒤집어 덮는다. 이때 솥뚜껑의 손잡이가 그릇 안에 들어가는 형태로 만드는데 솥을 가열한 후에 끓기 시작하면 그 증기가 솥뚜껑 표면에 붙는데 이때 뒤집어 놓은 솥뚜껑의 위에 찬물을 부어 증기가 모이고 맺히게 했다. 이때 모이는 소주는 솥뚜껑의 손잡이에 맺혀 그릇 안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도구로 만든 것이 소줏고리였다. 원리는 같은 방법인데 소줏고리를 사용할 때에도 솥뚜껑을 사용하는데 이때는 손잡이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 소줏고리의 대롱을 타고 맺혀 흐르게 되는 것이다.      



소줏고리


현재는 이러한 소줏고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스테인리스를 사용하여 좀 더 현대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그로 인해서 술의 맛이 일정하게 유지되기도 하고 품질이 상당히 올라갔다. 여기서 몇 번을 증류하는지에 따라 그 맛이 또 달라지고 당연히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더 고급술이 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가양주가 많이 소실된 이유를 알 수도 있다. 만들기도 어렵고 만들기 위해 눈을 피해 만들어야 하는 때도 있었고 소주의 경우 가양주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고스러움과 노력이 필요했다.      


해외의 많은 술이 그 맛과 향,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주, 증류식 소주 또한 절대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 좋다고 편을 가르듯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즐겨본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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