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주들은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얼마든지 손쉽게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백의민족, 배달의민족, 택배의 민족이지 않은가. 일반적인 주류의 경우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구매는 직접 오프라인에서 발품 팔아야 한다는 것은 접근성 자체가 다르다. 물론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최근 한 3년 사이정도에 전통주 바틀샵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전통주 전문점을 비롯한 바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가며 구매하고 마셔보는 것도 전통주를 즐기기에 좋은 방법의 하나다.
왜 이런 설명을 하냐면 증류주 중에서도 위스키나 브랜디보다 우리나라의 증류식 소주가 앞서는 장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세계 각지에 많은 아픔을 주었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기 쉽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이 때문인지 몰라도 집에서 술을 찾아 마시기 시작했다. 어차피 음주에 들어가는 돈이라면 집에서 혼자 즐길 때 비싼 술로 눈이 가기 시작하고 위스키나 브랜디 등 양주에 이미 많은 관심을 가지던 이들이 술을 모으고 마시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매가 가능한 전통주, 증류식 소주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같은 소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항상 마셔오던 초록 병과는 다른 맛과 향에 빠진 사람들도 많아졌다. 전통주를 알리고 싶은 사람 중 하나인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현상이기도 하다.
증류식 소주에도 일반적인 곡물을 사용하는 순곡주와 이러한 순곡주에 다른 재료를 섞어서 만드는 약소주 두 가지로 나뉜다. 순곡주의 경우 사용하는 곡물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쌀, 뒤를 이서 보리나 수수, 좁쌀, 고구마, 밀, 메밀, 옥수수 등 다양한 곡물이 있다. 흔히 많이 아는 순곡주로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안동소주나, 일반 주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화요, 초록 병 회사에서 나오는 일품진로 등이 있다. 향과 맛은 당연히 각자 차이가 있지만 추가되는 재료가 없기 때문에 깔끔한 맛을 가지고 있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각자 가진 특징으로 머금고 마시고 난 후 남는 향이 다 다른 것이 매력이자 특징이다. 약소주의 경우 다른 재료들을 섞어서 만드는 증류주인데 재료에 따라서 향과 맛을 첨가하는 리큐르에 포함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약소주 중에는 우리가 흔히 조선 3대 명주, 5대 명주 등으로 부르는 것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단맛을 내는 붉은 이슬이라는 이름의 감홍로, 대나무 진액이 들어가는 죽력고, 배와 생각을 넣은 이강주 등이 있다. 위에서 3대 명주 등으로 설명하긴 했지만 사실 술은 지극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우선으로 꼽은 술을 보면서 중복되는 것을 보고 ‘아 많이 찾는 이유가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증류식 소주를 마시는 방법은 일반적인 증류주와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보통 상온에서 마시는 편인데 그 이유는 상온에서 재료의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갑게 마셔야 하는 것은 초록 병인 희석식 소주인데 증류식 소주와 반대로 상온에 둘 경우에 알코올의 향이 확 올라오며 맛도 일반적으로 차갑게 마실 때 보다 확 써진다. 도전한다면 말리지는 않지만 병원 소독용 알코올이 생각날 정도로 인상이 일그러지는 것은 피하기 힘들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수가 높아지면 그 맛과 향이 더 진한데 이는 말 그대로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의 경우 더욱 상온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또 마시려면 잔이 필수인데, 일반적인 소주잔은 증류식 소주를 즐기기에는 사실 그리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증류식 소주는 한 번에 털어 넣어 넘기는 것보다는 누누이 말해온 향과 맛을 천천히 즐기는 것이 좋은데, 이 때문인지 요즘에는 양조장 자체에서 전용 잔을 만들기도 하는데, 주둥이가 조금 넓은 잔을 쓰거나, 위스키를 마셔봤다면 향을 모아주는 위스키 잔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고 온더락 잔 등을 사용하면 좋다. 증류식 소주 특성상 25~40도 혹은 그 이상의 높은 도수인 경우가 많은데, 최근 주류문화가 낮은 도수로 점점 내려가는 것을 생각하면 술을 온전히 즐기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증류주처럼 온더락잔에 얼음과 함께 마시면 좀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기도 하고, 순곡주의 경우에는 탄산수나 토닉워터 등을 섞어서 하이볼로 마시기도 한다. 이런 하이볼은 그냥 술집에 가보면 일반 희석식 소주를 사이다나 토닉워터에 섞어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탄산을 이용해 도수에 비해서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원하게 즐기는 방법의 하나다.
술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안주인데, 곡주의 특성상 안주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탁주의 경우 이미 굳어진 안주가 있는데, 바로 부침개이다. 그중 특히 해물파전은 비만 오면 막걸리와 함께 당연하게 떠올리는 조합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주에 곁들이거나 특별한 안주를 찾지 않아도 다 잘 어울리는 게 탁주의 장점이다. 다만 증류식 소주로 넘어오게 되면 조금 달라지는데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과 그 궁합이 더 좋다. 부침개의 경우는 오히려 증류식 소주와 더 잘 어울린다고 본다. 자극적인 음식의 경우에는 술의 온전한 맛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담백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좋다.
증류식 소주에 대해 알아도 봤고, 쉽게 구할 수도 있고, 마시는 방법도 알았고, 어울리는 안주도 찾았다. 이제 즐기러 가보자. 얼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