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치 Jan 17. 2023

#테이스팅 노트란

지난 글들에서 우리나라 전통주에 대한 종류를 대략 알아봤다. 사실 세세하게 들어가면 정말 많은 정보가 있지만 애초 글의 방향성은 애초에 다양한 술들을 마셔보고 리뷰하는 것이기 때문에 슬슬 그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테이스팅 노트라는 것을 아는가? 아마 어디선가 한 번씩 들어봤을 단어인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듣고 나면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맛을 기록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렸을 적에 일기를 작성하듯 하는 것은 조금 좋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테이스팅 노트의 기준은 맛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힘들기에 노트에 적어가며 체크한 몇 가지를 보며 맛을 기억해 내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2022년 1월 17일에 작성한 테이스팅 노트에 이렇게 적어놨다고 보자.


XX 막걸리
목 넘김이 좋았고 맛있었다.


이런 기록을 보고서 어떻게 특정 제품의 맛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물론 할 수야 있겠지만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귀찮은 작업일 수는 있지만 대략적인 정보와 함께 특정 지을 수 있는 것들을 같이 체크해서 맛의 기억을 좀 더 쉽고 정확하게 해내는 방법을 테이스팅 노트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통주에 대해서는 이런 테이스팅 노트가 그리 많지 않다. 맥주나, 위스키, 커피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많은 사람이 노트를 작성하고 서로의 기록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편이다. 우리도 맛의 기록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우선 우리가 만들 노트에 들어갈 정보들을 몇 가지 정해보자.


당연하게 들어가야 할 정보들을 먼저 빼두는 게 쉬울 것 같으니 정리해두자. 가장 먼저 적을 것은 술의 정보다. 맛은 구매하고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지만, 우리는 이미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정보의 도구가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마트에 가면 우리 눈으로 쉽게 보고 알아낼 수 있는 정보다. 막걸리의 이름과 지역, 도수, 만든 곳(양조장), 용량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조금 더 추가한다면 술의 성분을 적어도 좋을 것이다. 당연하게 들어가는 곡물(쌀), 물, 누룩(입국)은 굳이 적어 두지 않아도 되지만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술인지, 다른 부재료가 들어간 술인지 정도를 적어 놓는다면 좋을 것 같다. 이 당연하게 들어가야 할 정보면 노트를 보자마자 바로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들어갈 정보라면 당연히 맛에 대한 비중이 클 것이다. 단순히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바로 느껴지는 맛, 향을 그대로 남겨놓는 것이 기억하는 데 쉬울 것이다. 우선 곡물로 만드는 술이라 느껴지는 술의 단맛, 술을 마시기 전이나 마신 후에 느껴지는 향, 막걸리의 경우 특유의 산미가 느껴지는 신맛, 강한 편도 있고 적기도 한 탄산. 그리고 추가하자면 쉽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바디감 같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바디감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물과 음료수, 우유 같은 경우에 마실 때 느껴지는 입안의 감촉이라고 본다. 넘어가는 목 넘김, 농도, 질감 등의 총체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러니 어려운 바디감보다는 목 넘김도 좋을 것이고, 따로 농도를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보통 도수가 높은 술의 경우 한 잔을 털어 넘기기 어려운 편인데 이를 수치화하거나 입에 머금고 있을 때 느껴지는 농도가 진하거나 가벼운 편을 적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 굳이 적어놓을 필요는 없지만 노트이니까 외관 패키지도 따로 빼둬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평소 주거지역이나 생활 반경 외에 타지역에 놀러 가면 그 지역의 막걸리를 먹어보려 노력하는 편인데 정말 맛있는 막걸리지만 그 막걸리의 외관이 조금 촌스러운 경우가 상당히 많다. 좋게 보자면 겉을 보는 것이 아닌 속을 보는 것이고, 맛에 집중하다 보니 외견을 조금 신경 덜 쓴 것인데 외관이 더 재밌거나 눈길을 끌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니 외관을 그려 넣는다거나 사진을 찍거나 짤막하게 외관에 대한 평을 적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또 다른 정보는 뭐가 좋을까. 술만 먹지는 않으니 잘 어울리는 음식을 적는 것은 어떨까? 함께 먹은 음식이 있다면 적고 또 생각에 잘 어울리는 음식은 따로 적는 거다. 우리가 모두 전문과정을 거치진 않았으니 푸드 페어링을 정확하게 해줄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최강 술 조합 같은 것은 있으니 노트에 적어 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조합해서 다음에는 테이스팅 노트 양식을 만들어 보려 한다. 우선은 막걸리부터 시작할 계획인데 오늘 두서없이 적어 놓은 정보들을 조금 더 보기 쉽게, 적기 쉽게 적을 수 있게 만들고 같이 공유하며 술에 대한 이야기, 술터뷰를 시작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또 추가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주길 바란다. 같이 시작해보자. 술터뷰.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증류주_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