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하루
그 예전에 달력만 바라보며 기다리기만 하던 연휴가 시작되고도 며칠이 지났다.
별다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라서 그냥 시간만 죽이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또 자고…
반복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편히 집에만 있으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나는 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휴일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꽤나 만족스러운 휴일과는 별개로 나른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안에서 생기는 만족감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데 억지로라도 나가보니
바람이 선선히 불어오고 내가 좋아하는 흐른 날씨라 조금 더 걷게 되고
기대도 하지 않던 동네 카페가 문을 열었고
마트에 들려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부딪힐 일 도 없고
계산하러 한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날들.
내 쉬는 날들이 항상 이렇다면 나른한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날.
결국 다른 일들도 같더라.
어느 일은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벽처럼 틈 하나 보이지 않고 꽉꽉 막혀버리는데
어떤 일은 뭔가 별달리 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술술 풀리는 일도 있고.
오늘 같은 날이 나쁘지 않듯이
다른 날도 나쁘지 않았으면 한다.
나른한 오늘에도 나는 안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