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길거리 02. 붕어빵

by 소이치




비가 오고 나서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가을이 왔네! 싶은데 금방 넘어가는 기분이랄까.

조금 더 추워지면 곳곳에서 붕어빵들이 나올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어릴 적 붕어빵을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팥죽을 제외하고는 팥이 들어간 음식을 잘 안 먹었던 것이 가장 큰 거 같다. 지금이야 안 가리고 잘 먹지만 어릴 적에는 그 팥이 왜 그리도 먹기 싫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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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붕어빵을 언제 처음 먹었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인가 얼추 그때 처음으로 붕어빵을 맛보았다. 그 노점에서 사 먹은 게 아니라 종이봉투에 담아 포장해온 조금은 눅눅해진 붕어빵이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팥이 들어가 있었고 식감도 흐물흐물하고 별로 였던지라 별 다른 감흥 없이 또 먹을까? 하는 생각과 그냥 넘겼었다.

그 이후에 생각이 바뀌게 된 붕어빵은 고등학교 때였다. 저녁을 먹고 선배를 따라 동네 산책을 하던 때였는데 길 건너에 진짜 맛있는 붕어빵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냥 그 이전의 붕어빵을 생각하고 별말 없이 따라갔는데 그 노점에서는 일반 붕어빵과 슈크림이 들어있는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전혀 다른 세계의 발을 들여놓은 느낌 (두근두근)

선배 두 명과 나와 내 친구까지 4명이서 천 원을 내고 딱 4개를 먹을 수 있었는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슈크림 붕어빵에 손을 얹고 입에 넣는 순간 나는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알았다.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왔음을.


이전에 알고 있던 빵과는 완전 다른 겉은 바삭했고 속은 부드러웠고 따뜻한 슈크림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팥이 들어있는 녀석을 먹어보았는데 식어서 눅눅해진 붕어빵과는 달리 왜 사람들이 사 먹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 뒤로 그맘때쯤 그 길 건너 있던 붕어빵 노점은 나의 소중한 장소 중에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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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 다양한 붕어빵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또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와중에 팥이 들어있는 녀석은 아직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나를 인도해준 슈크림 붕어빵은 간간히 보이고 반가운 마음에 한 봉지를 사들고 먹으며 가는 건 소소한 행복이다.


색다른 붕어빵에 대해 잠깐 보면 피자가 들어있는 것이나 엄청 큰... 진짜 큰 붕어빵도 있다. 햄과 치즈가 들어가 있던 붕어빵은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녀석인데 근처에는 팔지 않는 환상의 동물 같은 느낌...


찬 바람 불어오는 날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들고서 길을 걸어가며 또 집에 가져가서 후후 불어가며 식혀먹는 성공한 붕어, 붕어빵. 노점이 열리는 그 날을 기다려보는 것도 행복일 거다. 내가 그러듯이 당신께도 행복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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