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망울이 아름답게 내려져오던 그 날
눈이 오는 그 여러 날들을 보내왔고 우리는 또, 걸었다.
굵은 눈망울을 맞으며 돌아다니고
때론 추위에 카페에 몸을 숨기고선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시며 시간을 죽이기도 했지.
질척이는 눈을 밟고선 울상을 짓기도 하며
얼어버린 길 위에서 넘어지기도 했을 거야.
그래, 이 글을 읽는 너와 나의 이야기야.
서로 다른 곳에 있었을 테고 아니,
어쩌면 같은 길거리나 카페에 있었을 수도 모르지.
다른 시간과 다른 장소에서도
그 언젠가 내리는 눈이 오던 그날에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걷고,
장난치며, 웃고, 울었을지 모르지.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야.
그 어릴 때의 눈은 그저 마냥 신나고,
새롭고 아름다운 장난감이었지만
몸이 커가고 머리가 커가면서
눈은 꽤나 귀찮고 번거롭고 힘든,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녀석이 되어버렸지.
눈이 내리는 계절쯔음에는 달력이 한두 장 밖에 남지 않아
이 해의 끝도 서서히 끝나감을 느끼게 하고는 해.
끝임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은
꽤나 복잡 미묘한 기분이야.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게 들떠있고 왁자지껄한
기분 좋은 소음이 거리 곳곳을 밝히는듯하고
일을 마무리하고 또 준비하고.
결국 새로운 달력이 벽에 걸리는 것뿐인데도
모두들 추운 날씨와는 달리 기분 좋은 따뜻한 얼굴을
한 번쯤은 짓게 되는 그런 날들로 가득해.
힘든 날에, 그 언젠가 눈이 내리던 길을 걷고,
내리는 눈망울을 바라보며 웃던 그때처럼.
한 번 웃었으면 좋겠다.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얼굴이었던 그 날로.
모두의 날이 연말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두들 안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