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면서…'

2024.2.27.

by 친절한 James


날씨가 맑았다.

햇살은 적절했고

바람도 적당했다.

일정에 적합했다.

"날짜 참 잘 맞춰서 온 것 같아."

"그러니까. 타이밍이 좋았어."

그들은 제주도 여행 중이다.

조금 이른 여름휴가,

아직 너무 무덥지 않았고

얼마 전까지 변덕스럽던 하늘도

두 사람이 공항을 찾은 날엔

화창한 웃음을 더해 주었다.


4박 5일 일정은 꿈처럼 몽실몽실했다.

폭풍처럼 이어진 야근으로

몸과 마음이 탈진된 나날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주어진 시간을 즐겨야지.

가고 싶었던 미술관과 전시관도 가고

바닷가에서 실컷 여유도 부렸다.

숲길을 거닐며 웃음꽃을 피우고

맛낫 음식으로 추억을 더했다.

오늘 오후에는

유명하다던 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가족과 이미 왔던 곳이고

그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데크길을 따라 숲 속을 오르락내리락,

두 사람은 발길을 맞춰 나아갔다.


폭포를 보러 갈 때와

다른 길로 가 보기로 했다.

새로운 풍경이 빗발치듯 펼쳐졌다.

그들은 걸음을 늦춰 사방을 둘러보다가

앉아서 쉬고 사진도 찍으며 나아갔다.

어느덧 폭포를 감싸던

울창한 산림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다리 하나가 나타났는데

보통의 다리처럼 일직선으로 뻗지 않고

언덕의 능선처럼 곡선으로 굽이쳤다.

한쪽 끝에서 맞은편이 안 보이는 교량,

하늘로 올랐다가 숲으로 내려오면

건너편에 다다를 수 있는 가교.

저 아래는 꽤 커다란 물줄기가 굽이치고

주변에는 빼곡한 초록 잎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양쪽 다리 입구에 서서

서로를 향해 걸어오기로 했다.

굽이친 다리의 꼭대기에서 만난

그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에는 내가 저쪽에 있을 테니까

나한테 걸어와 봐."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알았어, 내가 갈게."

그는 다리의 정점에서 그녀를 향해

걸어내려 갔다. 다리를 건너면서

다정한 걸음 속 푸른 생각이 흩날렸다.

다리는 우리 둘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이기도 하고

함께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하지.

뒤로 돌아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게 아니라면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그동안 눈물 흘렸던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

이렇게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음이,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이토록 감사한 일인 줄

새삼 느끼게 되네.


그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애써 웃음 지으며

카메라에 그를 담던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웃었지만 울고 있었다.

그래,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는 웃는 일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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