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에서
2024.8.18.
by
친절한 James
Aug 18. 2024
문 앞에 섰다.
굳게 닫힌 문,
그 속에는 집이 있다.
집이라는 건
휴식과 생활이 이어지는 곳.
당연한 듯 당연하지만은 않은,
잘 가꾸고 마음 쓰지 않으면
황폐해진다. 때론 너무도 쉽게.
집을 나설 일이 생기면
외출하기 전 현관을 지난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갈 때
거쳐가는 공간, 여기에서
오래 머무를 일은 거의 없다.
청소나 정리할 때 외에는
스쳐가는 곳이라 평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곳.
징검다리 건너듯 했지.
그런데 오늘은
여기가 주인공이다.
마음이 그런 것 같아.
이곳이 갑자기
너무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집안으로 들어가기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가기 무서워서일까.
현관이란 완충 지대가 다행으로 여겨진다.
기쁨과 슬픔을 맞이하는 첫마디,
반가운 발걸음이 숨을 돌리는 곳,
아쉬운 작별 인사가 사근거리는 곳,
때로는 영영 잊히지 않을 떠남이
게으른 발걸음을 문지르는 곳,
현관 앞에 우뚝 섰다.
센서 등이 켜졌다.
거울에 비친 모습,
익숙하지만 어색한 표정.
그게 나일까, 나인가 보다.
불이 꺼졌다. 엷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우두커니 숨만 쉬고 있으면
불이 켜지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는 센서,
센스가 좀 부족하네.
이제 더 지체할 수는 없다.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리고
문이 닫혔다.
현관은 눈을 감았다.
마음이 떠나갔다.
현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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