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가방을 챙기는 중이다
2024.8.22.
by
친절한 James
Aug 22. 2024
"어, 어디 갔지? 여기 있었는데..."
책상 서랍을 여러 번 열고 닫아도 없다.
거실에도 없고 안방에도 없다.
A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한 손에는 짙은 갈색 어깨끈이 달린
낡은 검은색 서류 가방이 있었다.
모서리는 해지고 앞면은 광택을 잃었다.
20년 가까이 A의 출퇴근길을 함께 한
가방은 이제 주인을 닮아 빛이 바랬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출장일지도 몰라.
형식적 업무가 쌓이고 성과는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단골 고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슬프네.
A는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고
책장 모퉁이에 있던 명함집을 열었다.
"K는 좀 깐깐했어도 날 믿어주었지.
주문도 꾸준히 해주고. 연초 안부 전화가
어찌나 고맙던지..."
A는 바쁜 손을 잠시 놓고 회상에 잠겼다.
이제는 뭘 찾고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요즘 그런 일이 종종 생겼다.
나이 탓인가 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챙겨야지."
이제 생각났다.
지갑을 찾던 중이었다.
항상 넣어 두던 책상 첫 번째 서랍에는 없어.
어디로 갔을까. 미리 챙겨둘걸.
어제 퇴근할 때 분명 여기 둔 것 같은데...
휴대폰은 또 어디 있지? 미치겠네.
누가 전화 해주면 좋겠는데...
아, 지금 혼자 살지.
희붓해지는 늦가을 창가에 서서
독백을 중얼거리던 A는 허탈해졌다.
방 2개에 작은 거실이 딸린 조촐한 공간.
병환의 노모를 모시던 이곳은
이제 희끗한 노총각의 쉼터가 되었다.
빛바랜 벽지만큼 희미한 시간들이
곳곳에 얼룩처럼 스며있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소박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쓸쓸함마저 비어버렸다.
어머니는 클래식을 좋아하셨지.
순간의 공기에 색감을 더하는 음악도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다.
A는 음악을 듣지 않았다.
유품이 된 턴테이블은 상자에 담겨
거실 천장에 잠들어 있었다.
고요와 함께 A의 삶은 메말라 갔다.
"아, 여기 있네."
A의 손은 어제 입었던 외투를 훑었다.
안쪽 주머니에 담겨 있던 지갑.
그럼 전화기는 어디에 있지.
날이 밝아온다.
이제 곧 출발해야
기차 시간에 늦지 않을 텐데.
A는 여전히 서류 가방을 챙기는 중이다.
서류 가방을 챙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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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작가연습 프로젝트 9
14
담배연기에 대해 써라
15
집의 건축적 특징
16
서류 가방을 챙기는 중이다
17
겨울의 공기 냄새
18
희미해지는 풍경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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