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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19. 2024

우리 집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2024.10.19.


집은 평온한 쉼터다.

하루 일과를 다독이고

다가올 시간을 그리는 곳이다.

그런 곳이고 그래야 한다.


사람은 한 곳에서 평생 살 수 있을까.

다른 이들처럼 나도 살면서

집을 여러 번 바꿨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 따라,

결혼해서는 부부의 선택에 따라

주거지를 옮겼다.

지금껏 다양한 집에 머물렀다.

시골 단칸방도 있었고

2층 주택의 월세도 있었다.

연립주택에서 살아도 봤고

회사 사무실과 기숙사에

얹혀살아도 보았다.

다세대 원룸 건물의 꼭대기

집에서도, 빌라에도 있었다.

도중에 아파트에 갔다가

3층 주택 전체를 쓰기도 했다.

결혼해서는 월세 오피스텔 원룸부터 시작해

전세 아파트를 거쳐 자가 아파트에 왔다.

자가지만 은행 월세나 마찬가지다.


공간이란 참 중요하다.

삶의 흔적과 고민, 그리고 마음이

드러나는 곳이라 그렇다.

요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나중에 집을 직접 짓고 싶은 꿈 덕분일까.

유현준 작가의 책을 전작독서(全作讀書) 중이다.

읽다 보니 다른 저자의 책에도 손길이 간다.

'전작주의'에서 '테마주의'로 확장 중이다.

꾸준한 애정을 갖고 배워나가야겠다.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가고 익숙해지기,

눈이 뜨이며 삶의 대지가 넓어지는 경험은

참 즐거운 일이다.


장소는 바뀌어도 한 가지는 그대로다.

어디든 우리 집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는 것.

작은 집에서도 우리의 관심과 배려,

사랑은 샘물처럼 솟아나 일상을 가득 채웠다.

살다 보면 수많은 슬픔과

셀 수 없는 아픔을 겪는다.

그런 감정을 삭이고 달랠 수 있는 곳,

아기를 품은 자궁처럼 우리를 말없이 안아주고

감싸준 곳이 우리 집이다.

흔들리는 다짐을 붙잡고

먼지 같은 희망을 움켜쥔 곳,

믿기지 않는 기적과 더 크게 자라날

행복을 심어 키운 곳이 우리 집이다.

세월의 모퉁이와 비탈길에서 나눈

눈물과 웃음 머금은 애정 어린 편지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을

담아낸 사진들이 곳곳에서 숨 쉬는 곳이

우리 집이다. 흐르는 여백 속에

간결한 기쁨과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채우고

세상의 외침에 굴복하지 않을 곳이

바로 우리 집이다.


작년 오늘, 우리 부부는

새로운 만남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났다.

식구가 늘고 웃음소리가 커질 것이고

지금껏 겪어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미래,

돌아갈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괜찮았고 괜찮을 테니까.

지금껏 몸을 누일 곳은 계속 달라졌어도

그 속에 깃든 영혼의 목소리는 그대로니까.

삶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기.

힘듦은 지나가고 보람이 머무를 것이다.

앞으로 더 큰 행복을 품어낼 우리 집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놀라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훗날 우리의 모든 숨결이

바람으로 흩어질 때까지.


우리 집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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