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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20. 2024

수면 장애에 대해 써라

2024.10.20.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북적이던 거리도 한산해졌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사람들은 각자 갈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겨울밤이 깊어가며 찬바람이 매서워졌다.

얼어붙은 날씨만큼 따뜻한 마음을 나눌 때지만

C에게는 동장군보다 더 괴로운 시절이었다.

항상 이맘때가 되면 수면 장애가 생겼다.

봄부터 가을까지 침대에 누우면

머리가 베개에 스치기만 해도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잠을 잘 자던 C였다.


그런데 겨울만 되면 문제가 생겼다.

우선 잠들기가 어려워졌다.

자리에 누워 1시간이 지나도

잠들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무엇보다 어쩌다 잠들고 눈을 뜨면

집이 아니었다. 집 근처 공원이나

골목길 어딘가에서 잠을 깼다.

어느 날에는 낯선 곳에서

새벽을 나기도 했다.

특이한 건 12월에만 그랬다는 점이다.

1월이나 2월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꼭 12월에만 수면 중에 어디론가 움직였다.

매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랬다.

웃긴 건, 추운 줄은 아는지

정신을 차리면 완전 무장 상태였다.

패딩은 기본이고 방한모자와 털장갑,

겨울 부츠까지 야무진 모습으로

어딘가에 누워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금껏 별다른 일은 없었다.

건강상 문제나 사고도 없었다.

답답한 건 중간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손발을 묶고 자도 소용없었다.

한 번은 친구가 와서 C가 잠들기 전

온몸을 꽁꽁 싸매고 옆에서 잠들었는데

C가 괴력을 발휘해 친구를 내동댕이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했다.

뒤따라온 친구 덕분에

도로를 지나며 당할 뻔한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었음을 CCTV로 봤다.


1년 열두 달 중 12월에만 네댓 번 생기는

이 끔찍한 몽유병, C는 이를 해결할 수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가슴을 열고

영혼이라도 바칠 마음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C에게 한 소식이 들렸다.

빛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소식이었다.


수면 장애에 대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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