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나는 또 달렸지
쏟아지는 알람, 식지 않은 커피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실어 보냈지
오전엔 실수 하나, 오후엔 불필요한 말 두어 개
왜 그랬니, 마음은 이미 퇴근했지만,
몸은 회의실에 찰싹 안 떨어져
길게 늘어진 해 질 무렵
지하철 창 밖에 내 얼굴이 비쳤어
참 피곤해 보였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
집에 돌아와 아무 말 없이 불 켜고
구겨진 하루를 벗어놓듯 양말을 벗었어
그리고 비로소 나를 돌아봤지
잘한 게 없진 않아,
웃었던 순간도 있었고
참았던 눈물도 그만큼 의미 있었으니까
지금 이 밤, 조용히 말해주고 싶어
"수고했어, 오늘의 나
조금 부족해도, 넌 참 잘 살았어"
부드러운 이불처럼 감싸주는 이 마음으로
내일은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해지자
오늘의 나야, 참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