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는
작은 역할 하나를 골라
다른 사람이 되네
의사가 되었다가
곰 인형의 엄마가 되었다가
갑자기 나에게
“아빠는 아기야” 하고 말해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살짝 뒤집히고
나는 너의 눈높이로
천천히 내려간다
그 자리에 서 보니
기다림이 무엇인지
조심함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구나
역할 놀이는
흉내가 아니라
연습이라는 걸
너를 보며 배운다
다른 마음을 상상하고
입장을 바꿔 보는 일
그건
사랑에 가장 가까운 능력일지도 몰라
아가야
지금처럼 놀고
지금처럼 느껴며 자라자
사랑해
너는 이미
아주 잘 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