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는
앞서 가지 않아
누군가 멈추면
모두가 멈춘다
아이의 발이
눈에 잠길 때
우리는 속도를 잃고
대신 이유를 얻지
서둘러 건너는 하루보다
함께 건너는 순간이
기도에 가깝다는 걸
나무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밀어내지 않는다
햇빛이 부족하면
조용히
더 오래 서 있을 뿐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은
지켜보는 얼굴
대신해주지 않고
옆에 남는 얼굴
넘어질까 봐
미리 걱정하는 마음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자리가
있다는 믿음
그게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전부
부디
세상이 거칠어도
이 아이의 마음이
너무 빨리 닳지 않게
부디
혼자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손을 기억하게 해달라고
오늘의 나는
말하지 않고
숲처럼 서서
기도한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사랑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