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고
신발이 제자리를 찾고
여행의 소음은
현관에서 멈추고
집은
자기 속도로
우리를 데운다
아이는
씻고 나오자마자
말없이 잠들어
오늘 본 바다도
갈매기도
시장 속 은빛 물고기들도
작은 숨결로
가슴 위에 내려앉아
불을 끄고
거실에 잠깐 서 있으면
집이
우리에게 말한다
잘 다녀왔다고
여행은
밖에서 끝났지만
시간은
여기까지
같이 왔다
이 밤이
내일의 일상을
조금 더
부드럽게 하겠지
그래서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