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이 더운 여름에도 꽃은 핀다. 자귀나무, 배롱나무, 능소화, 수국, 접시꽃, 해바라기......
잎이 타들어갈 것 같은 빛과 잎을 찢어버리며 쏟아지는 폭우를 이겨내고 피우는 꽃이다.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몰아치는 한반도의 여름에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 번식하는 식물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처절함이 있다. 여름에 피는 꽃은 봄꽃에 비해 뜨겁고 열정적이다. 고요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함성.
힘들어도 끝끝내 꽃을 피워내는 저 식물들처럼 더운 날,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있다. 온 몸의 수분을 다 땀으로 내보내는 산통을 겪고 탈진이 올때까지 힘을 주어 아이를 세상에 내보냈다.
한 여름 태양만치 뜨거운 생명을 낳고 나서는 아이 돌보며 몸조리 하느라 무더위에 부채질 한 번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열대야보다 더 뜨거운 아이를 안고 땀인지 눈물인지 젖인지 구분 할 수 없는 밤중 수유하느라 얼마나 애먹었을까. 자기 몸에서 나는 짐승같은 쉰내를 맡으며 아이 똥기저귀 가느라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삼복 더위에도 긴 팔 옷을 입고 매끼니마다 김이 펄펄 나도록 푸욱 끓인 미역국 한 사발 먹어야했고, 울컥울컥 오로가 흘러내려도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을테다.
내 어머니가 그랬고, 내 여동생도 그랬다. 내 남동생과 조카 모두 7월생이다. 무덥고 습한 7월 한 여름에 아이를 낳았다.
어머니는 한 여름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자식을 낳았는지, 자신이 얼마나 고생하고 수고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자식의 건강한 성장만을 생각한다. 생일 맞은 자식에게 맛나는 것을 차려주고 선물과 용돈도 챙기며 축하할 생각에 기뻐한다. 낳느라 뼈가 갈리고 키우느라 살이 갈린 기억은 잊어버린지 오래인가보다.
생일이 7, 8월인 아이들을 보면 더울 때 태어나 고생했다는 생각보다 그 때 아이를 낳은 엄마의 고생이 먼저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한 겨울에 태어난 아이들을 봐도 뼛속까지 시리는 추위를 안고 아이를 키웠을 엄마 생각에 애틋해진다.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모든 아이들이 봄, 가을 아니면 여름, 겨울에 태어나는데 뭐 그리 난리일까 싶기도 하지만, 저렇게 붉게 피어난 꽃을 보면 고생해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자꾸 떠오른다. 꽃을 피우기 위해 보낸 시간들, 열매가 열리기까지의 수고를 나도 겪었다. 그 낮과 밤들이 짐작이 되어 나 혼자 마음이 울먹울먹해진다. 그러니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아, 부디 건강하고, 엄마도 살필 수 있는 아이로 자라렴.
꽃은 화무십일홍, 금세 빛깔을 잃고 져버리지만, 자식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붉기만 하다. 조카와 남동생의 생일도 축하하지만, 낳느라 애썼던 엄마도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길게도 썼다.
23년의 생일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