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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Feb 08. 2021

아이와 함께 잠을 잘 때

오줌냄새를 맡으며

    

잠든 아이가 발로 차낸 이불을 가만가만 끌어다 덮어준다. 아이 몸에서 더운 온기가 확 느껴진다. 같이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쓰고선 아이의 온기를 온전히 느껴본다. 밭은 숨소리 사이사이로 아이의 냄새가 난다.      


며칠째 입고 있음에도 내복에 희미하게 배어있는 세제 냄새, 자면서 흘린 아이의 땀 냄새, 살풋이 남아있는 비누 냄새, 입가에 묻은 초코렛을 소맷부리로 닦는 바람에 여전히 존재감을 뿜어내는 초코 냄새, 그 사이로 볼일 보고 급하게 입다 팬티에 묻힌 오줌냄새까지 온갖 냄새가 뒤섞여 코에 훅 끼쳐온다. 기저귀 차는 아가도 아닌데 아직도 오줌냄새가 난다. 기저귀차던 시절엔 당연히 오줌냄새가 났는데.      


기저귀는 남아용이 있고 여아용이 있다. 여아용은 가운데가 도톰하니 흡수체가 더 들어있고 남아용은 앞부분이 도톰하게 되어있다. 육아를 시작하며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무척 신기했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생리구조상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윤이와 준이 두 아들 모두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다. 직장을 다니며 천기저귀를 사용할 엄두도 못냈고 남아니까 비교적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멋대로 생각했었다.    

 

그렇게 기저귀를 채워놓고 밤잠을 재우면 밤새도록 기저귀에 오줌을 싸며 잘 잤다. 자다가 움찔거리고 다리를 버둥대서 져다보면 기저귀 앞부분이 젖어들거나 흡수해서 살짝 부푸는 게 보이기도 했다. 자는 동안에 갈아주면 세상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잠들었다. 한 잠을 푹 자고 간신이 눈썹을 떼어내는 아침이 오면 제일 먼저 아이부터 확인했다. 시큰한 젖냄새, 달큰한 숨냄새. 맞다, 내 아이. 아이 얼굴에 코를 비비고 나서 이불을 살짝 걷어 기저귀를 살펴본다. 밤새 서너 번 싼 오줌을 그대로 흡수해서 말캉거리며 부풀어 오른 기저귀에서 슬몃 새어나오는 오줌냄새로 간밤의 아이의 성장을 확인한다. 밴드를 풀고 무거워진 기저귀를 내리면 늘어진 아기고환과 발긋해진 엉덩이가 보인다. 후후 시원하게 불어주며 물티슈로 부드럽게 닦아주면 두 다리를 들어올리고 하품을 한다. 그렇게 깨는 아이의 잠이 아까워서 서둘러 엉덩이를 조심스레 들어올린 후 뽀송한 새 기저귀로 갈아주면 내 손바닥 만한 얼굴로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또 다시 잠에 빠진다.      


그때 그 오줌냄새. 무려 십년도 더 지나 이제 열한 살이 된 작은 아이한테서 여전히 그 냄새가 난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 아이를 안아주려고 이불을 들추면 그때 기저귀 차던 시절의 오줌냄새가 살풋 난다. 어른과 달리 아직은 깨끗한 오줌이라 고약한 지린내가 나지 않는, 땀냄새 같은 오줌냄새다. 아이 땀냄새와 섞인 오줌냄새가 내 새끼라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또 한 번 코를 킁킁대며 혼자 정겨워한다. ‘아,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변태인 것인가!’ 혼자 웃으며 다시 아이를 끌어안아본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어딘가 세상의 끝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땅 위가 아닌 저 먼 어딘가의 냄새.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가만히 고개를 묻고 아이의 살 냄새를 더 맡아본다. 후우욱, 깊게 숨을 들이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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