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Apr 24. 2024

뇌혈관이 청소되는 대화

아들, 그거 알아? 

(대개, '그거 알아'로 시작하는 대화는 사실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일본 사무라이는 네 명씩 모여 다닌데.

왜?

다섯 명이 모이면 오무라이스가 되니까~~~~

아, 엄마 쫌!



아들, 중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는데, 분만실앞에서 4명의 남자가 서로 자기가 아빠라고 말하는거야. 어떻게 된 일이게?

뭐야, 그 엄마 양다리도 아니고 네다리야? 와 세상, 불륜이 판치네.

그게 아니고, 그 남자들은 다 소방관인데, 같은 대원들끼리 서로 무슨 일이 생기면 돌봐주자고 평소에 얘기했었데. 근데 아이 아빠가 화재진압하다가 사망한거야. 나머지 대원들이 찾아와서 서로 자기가 대부가 되어주겠다고 말했다는거야.

아이씨 뭐야 나만 썪은거야? 나 쓰레기야? 으아아아아아-




엄마와 아들과 나란히 집 앞 마트에 장보러 가고 있다.

아들 : 엄마 용돈 좀 주세요. 아니면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뭐 이런거요. 현금 들고 다니는 건 나 밖에 없어요.

엄마: 그래? 나랑 손 잡으면.

아들:(덥썩 엄마 손을 잡으며) 에유 이 자본주의 세상, 내가 용돈 받으려고 엄마 손도 다 잡고 아이고.

엄마:(아들과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든다) 잡으면, 좋아요! 내가 손잡으면 용돈준댔나, 손잡으면 좋다고 말하려고 한거지.

아들은 엄마의 손을 팩 뿌리치고 잠시 엄마를 째려본다. 그런 아들을 싱글거리며 바라보는 엄마. 긴장감이 높아지는 음악이 흐르고 암전.

뿌려치기전 얼른 찍은 증거사진


십팔세 아들과 매일 어이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하도 어이없어서 뇌혈관이 맑아질 것 같아요. 혈압 오르는 것보단 낫죠 뭐. 



다음 주가 중간고사 시작인데, 십팔세 백육키로그램 우리 아들은 어제 생애 첫 당근마켓 거래를 마쳤습니다. 프리미엄붙은 가격으로 4만5천원하는 미개봉 새 상품을 무려 5천원에 샀다는군요. 평일 오후, 학교 끝나고 버스를 타고 가서 사온 물건의 정체는 바로!!!

팽이였습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베이블레이드...애니메이션....장난감.............주여....

집에 와서는 거래했던 아주머니가 후기를 좋게 남겨줬다면 신나서 자랑을 하는데, 아..저 아이에게는 아예 뇌가 없구나. 뇌혈관 청소가 문제가 아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파충류 아들과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언제쯤 포유류가 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