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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Feb 20. 2021

몬스테라의 신기록

덩굴성 대형관엽식물인 몬스테라는 갓처럼 펼쳐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진녹색의 커다란 잎이 매력이다. 폭우와 강풍에 살아남도록 큰 잎에 구멍이 뚫린 형태로 진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짝거리는 광택에 독특한 형태가 더해져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이국적이면서 서늘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우리 집 몬스테라는 햇수로 3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길게 뻗은 잎과 줄기가 멋있더니, 덩굴성 식물답게 휘어지고 기울어지는 바람에 지지대로 받쳐 놓았다. 공중 뿌리도 마디마다 길게 자라서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었다.      


잎사귀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 매력인데, 지금까지 가장 많은 구멍이 5개다. 2020년 10월에 나온 잎이 세운 기록이다. 구멍이 적으면 뭔가 몬스테라다운 맛이 좀 덜하다. 아무래도  더 멋스럽게 갓이 펼쳐진 모양으로 나오길 바라며 다음 잎을 기다린 지 3달이 지나, 드디어 새잎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에는 과연 몇 개로 갈라져서 나올까? 아직 덜 펼쳐진 반대쪽 구멍은 보이지 않지만, 이미 펴진 쪽에서 4개의 구멍을 확인했다. 마저 펼쳐지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평평한 잎이 나올 것인가. 잎이 상할까 걱정되어 말린 잎을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투시력이라도 있는 냥 뚫어져라 쳐다만 본다.  

   

아무래도 신기록 갱신여부는 며칠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별거 아닌 구멍의 개수가 내가 상이라도 받은 양 뿌듯해하다니 좀 우습기도 하지만, 잘 키웠다는 인사를 건네받는 기분이 들 것 같아 설레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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