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의 단편집 마트료시카의 밤을 읽었다. 감히 이 표현을 붙인다면, 미쳤다. 진심 미쳤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다지만 미스터리계의 변주는 끝이 없다. 이토록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가 끝임없이 튀어나온다.
아쓰카와 다쓰미. 신선하고 깔끔하면서 빨려드는 하이볼 같은 작가다. 사회적상황을 빠르게 녹여낸 탄산과 반전과 반전의 톡쏘는 레몬향이 독자를 빨아들이고 진한 위스키같은 본격 트릭과 심리전과 추리과정이 제대로 맛을 낸다.
네 편의 단편이 한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게 믿기지않는다. 온갖 미스터리 명작과 작가들에 관한 작가 아쓰카와 다쓰미의 풍부한 식견이 곳곳에 녹아있어 독자들을 달아오르게 하는것도 묘미다. 덕분에 재밌다를 외치며 주말 이틀동안 독파했다. 이 소설이 겨우 두번 째 단편집이라니, 앞으로 읽을거리가 잔뜩 생겨서 기쁘다.
인기작가는 단편집 내는 속도로 알 수있다. 세번째 단편집도 기다릴테다.
아이와 함께 역사공부하는 법
오래전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관련책을 찾아읽었다. 고등학교때도 따로 공부하지않아도 성적이 좋았고 수업중 선생님의 질문에도 쉬이 답하곤했다.
부모가 되고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레 역사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대해 얘기해주곤했지만 아이에게 성공적으로 역사에대한 흥미를 일깨워주진 못했다. 책으로도 신앙으로도 교육이라는 면에서 보면 나는 낙제를 겨우 면하는 수준의 부모일것이다. 유적지를 가고 박물관을 관람하고 관련된 많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하지는 못했다. 그저 내가 느끼고 내가 받아들이기만 했던것 같다.
사실 내 아이들이 어릴 때 어린이대상 역사교육 붐이 일기 시작하며 역사주제로 그룹수업, 그룹탐방, 그룹해설 등이 마구잡이로 성행했다. 박물관마다 강사와 활동지를 손에 쥔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고 보호자는 커피마시며 기다리는 풍경이 가득했다. 그런 풍조에 동참하고싶지않았다. 점수를 위한 선행의 하나로 역사에 접근 시키는 세태를 비판했다. 그런다고 딱히 내가 잘한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여튼 이제 아이들은 컸고 역사에 무지한 청소년이 되었다.
뒤늦게 이 책을 읽은건 유유출판사의 안목을 믿은것도 있고 역사에 접근하는 법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나 궁금했다. 물론 특별하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어찌보면 다 아는 얘기인데 초반에 나오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부분이 흥미로워 끝까지 읽었다. 아이들이 역사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환기하기 괜찮을것 같다.
도파민네이션
중독, 쾌락, 절제
이 세 단어에서 자유로울 현대인이 얼마나 있을까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는 그의 저서 도파민 네이션에서는 자신의 임상경험 사례들을 바탕으로 쾌락과 고통의 저울을 가져와서 중독에 대해 설명한다. 과잉의 시대, 중독이란 무엇이고 왜 생겨나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카페인, 알콜, 인터넷. 현재 내가 중독되어 있다고 인정하는 세 가지다. 이 중에 무엇도 건전해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중독은 몰입과 구분되지 않는 정도일 수도 있다. 살기 위해 부정적인 영향을 알면서도 끊지못하는 카페인, 일상의 긴장을 해소하기위한 방편으로의 알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끊임없이 매달리는 온라인. 나도 알면서 절제가 잘 안된다. 스스로 절제가 안되니 중독이 맞고.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케이스들을 읽으며 과학적 사실과 다양한 인생의 경험들을 배우기도 했고, 내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았다. 고통과 쾌락의 상관관계같은 이야기는 이미 철학 심리학이나 교육학쪽에서는 상식적인 견해였다. 그 부분을 뇌생리학적인 실험으로 증명해냈다는 것이 의미있겠지만, 일반적인 독자에게는 다 아는 이야기에 대한 설명으로 읽힐 수도 있다. 약물중독과 알콜중독 도박중독등에 빠지는 증상과 매커니즘을 밝히지만, 개인의 문제에서 그친다. 사회적인 문제, 계급에서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번역의 문제겠지만, 여러 전문용어나 의학적상황을 서술하는 문장과 단어가 매끄럽지않아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인상적인 인사이트는 얻었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