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과 정체성 사이에서
이번 독서모임에서는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에 빛나는 김선미 작가의 비스킷을 읽고 나눴다. 2024년 들어 벌써 8번째였다.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기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 그들이 겪는 사회와 만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동세대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의미를 준다. 지나온 시절인지라 이해가 쉽고, 또 어른으로서의 나를 성찰하게 한다. 비스킷도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싶었는가, 지금 어떤 어른이 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소외당해 존재가 희미해지는 아이들은 비스킷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된다. 1,2단계를 거쳐 3단계가 되면 사라져버리고 만다. 주인공 성제성은 예민한 청각과 남다른 민감함으로 비스킷의 존재를 알아내고 구하고자 노력하는 고등학생이다. 어린이집부터 친구인 효진, 덕환의 이야기와 제성이가 존재감을 되찾게 도와주는 조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해 스스로의 존재를 지우고자하는 희원이 이야기까지 얽히면서 소소년의 성장담을 들려준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관계와 존재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작가는 그 점을 비스킷이라는 존재를 통해 그려낸다.
처음 읽으면서는 희미한 존재로 인해 고통받는 비스킷에 집중했고, 아이들이 비스킷이 되지 않게 도와주는 어른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비스킷의 시절을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런 아이들을 목격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임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통해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니 조금 다른 관점에서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다.
청소년기에 확인하는 '존재'는 타인의 인정을 기반으로 했다.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빛나도 타인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듯, 타자와의 관계가 있어야 비로소 내 존재가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얻기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을 거쳐 20대와 30대를 지났다. 이제는 뚜렷이 드러나는 존재감보다 내가 누군인가에 더 집중하는 나이가 되었다. 정체성 말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를 더 많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타인과의 비교는 의미없고 타인의 인정도 필요치 않다. 나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하는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나이들고 있다. 존재를 발견해주고 비로소 빛나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보며 발견되기를 갈망하던 어렸던 나를 떠올렸고, 이제는 나 스스로 드러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통해 나누며 깨달은 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