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복이다. 그런 거 잘 안 챙겨 먹는데, 퇴근하고 들린 마트에서 마침 유통기한 임박으로 생닭을 할인하길래 집어들었다. 닭을 샀으니 넣고 끓을 재료도 필요하겠고, 뜨거운 국물을 생각하니 시원하게 곁들일 맥주도 생각났다.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뭐가 자꾸 담기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씻지도 않고 부엌에 서서 얼른 닭을 손질하고 압력솥에 넣어 불에 올렸다. 닭이 푹푹 삶아지는 동안 더위에 못 이겨 에어컨을 켰다. 결국 땀 뻘뻘 흘리며 먹는 한 여름 초복 삼계탕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삼계탕을 먹게 되었다.
맛나게 잘 먹었는데, 두 그릇을 비운 큰 아들이 헛소리를 한다. 국물의 기름을 걷어야한다나 뭐라나. 분명 내 아들은 사람인데 가끔 저렇게 사람 같지 않은 소리를 한다. 내일 아침에는 빵이랑 우유만 줘야겠다.
7월 ##일 &요일
출근 준비하는데 열린 창으로 매미소리가 들렸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인가보다 싶었다. 엘리베이터 내려 버스 정류장까지 바삐 걷는데, 뜨거워지는 보도 위를 씩씩하게 걷고 있는 사슴벌레가 보였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단련되어 벌레를 만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혹시라도 바쁜 아침, 누군가의 걸음에 밟히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으로 집어 화단에 내려줬다.
가방을 고쳐메고 서둘러 걷는데 며칠 비도 안 오고 쨍쨍했어서 그런가, 말라붙은 지렁이를 세 마리나 봤다. 개미떼가 뜯어먹고 있는 지렁이를 무심히 흘려보고 버스에 올라탔다.
학교 앞에서 내려 교문을 들어서는데 줄을 치고 있는 거미가 내 옆을 스쳐갔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곤충을 많이 만났다. 영화나 소설같으면 신비한 사건이 벌어지는 전조일텐데, 현실에선 일어날리 없겠지. 그래도 작은 생명들 덕분에 상쾌하게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이것도 마법일지 모르겠다.
7월 %%일 $일
요즘 같은 시대,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이 매일 행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행복은 매일, 매 순간 우리 옆에 떠다니고 있다. 그걸 눈치채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어느 책에선가 매일 행복하지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했다. 내가 발견해주길 바라는 행복이 지금도 어딘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면 일상이 조금 반짝이기 시작한다. 오늘도 작은 행복들을 찾아보자.
행복과의 숨바꼭질, 시작.
7월 &&일 *요일
참 신기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현재 펜싱, 사격,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칼과 총, 그리고 활. 여기저기서 전투민족답다는 얘기가 들린다. 역시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쌓인 조그만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낸 이유가 있다. 그러니 영화나 웹툰, 웹소설에서 그려내는 온갖 아포칼립스 세계, 세계멸망, 좀비와 마왕, 재난물 등등의 서바이벌 세계관이 인기인 거겠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랜 옛날부터 뛰어난 전투능력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하지만 나는 살아남기는 커녕 도망도 못 치고 어버버버하다 제일 먼저 죽는 엑스트라 8쯤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