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드디어 나도 이런 말을 써보는군하!)세대들의 양말을 아시나요? 요즘엔 양말로 세대를 구분한답니다. 긴목양말을 신으면 mz, 발목양말을 신으면 아재라네요. 예전에는 샌들에 긴목 양말을 신으면 아저씨 패션이라고 무시당했는데 말이죠. 양말이 아예 안 보이는 덧신은 OK. 길게 올라오는 것도 OK, 하지만 어정쩡하게 보이면 안됨. 신발 위로 보이는 발목양말은 전혀 힙하지 않음. 이런 유행이 뉴스로도 나왔네요.
발목양말로 나의 패션센스를 뽐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니 이제는 촌스러운 아재 취급을 받다니. 양말장에 수 많은 내 여름용 발목양말들은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 긴목 양말을 보니 제 중고등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쭉 곧은 다리에 깔끔한 운동화, 그리고 그 위로 탄탄하게 붙어있는 하얀 양말, 꼭 청춘영화 한 장면 같은 그 장면이요.
그렇습니다, 패션은 돌고도는 것이라더니, 양말마저 돌아왔네요. 저 중고등 시절에 저렇게 발목 위에 올려신는 양말이 유행이었습니다. 옷 좀 입고, 유행에 신경 쓰는, 잘 나가는 아이들은 저렇게 양말을 위로 죽 당겨 신었죠. 당시 양말 품질을 생각하면 저렇게 위로 당겼을 때 아래로 흐르지 않으려면 그냥 시장표 양말이 아닌 나름 브랜드 양말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디 양말을 사야 흘러내리지 않고 유지되는가가 공유되기도 했죠.
저로 말하자면, 저 긴목 양말을 신고 싶었지만, 정말 신고 싶어 몇 번 시도했지만, 신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다리 때문에요. 종아리가 두꺼워서 양말 목이 버텨내질 못했거든요. 불쌍하고 가련한 양말, 고무줄이 늘어나서 줄줄 흘러내리거나, 발목 위 어딘가가 핏불테리어한테 물린 것 처럼 꽉 조여서 아팠거든요. 아, 떠올리니 서글픈 과거로군요. 같은 이유로 제가 롱부츠로 못 신습니다.......
제 신체적 결함 때문에 아련한 동경으로 남아있는 긴목양말이 다시 돌아온 걸 보고 추억이 샘솟기도 하고, 유행도 따라보고 싶어져서 (그야말로 몇 십년만에) 긴목 양말을 꺼냈습니다. 폭염특보가 떴는데도 말입니다. 그간 한 겨울 긴바지 속에서 내복과 맞물려 보온을 책임져 주던 바로 그 양말입니다. 반바지를 입고 긴양말을 쭈욱 당겨 신고 운동화까지 챙겼습니다. 누가 알아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젊은 세대가 된 것 같고, 자신감과 힘이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은 출근과 함께 사라졌죠. 네, 제 발목과 종아리를 견디기 힘겨워한 양말이 주름을 만들며 주저앉았거든요. 연약한 양말 같으니.
산뜻하게 최신 유행 따라하기는 실패했지만, 힙한 양말 패션의 유행을 보며 추억도 떠올려보고, 잠시 따라도 해보며 즐거웠습니다. 옷장 안 쪽에 긴목 양말이 있다면 한 번 꺼내서 샌들과 함께 신고 거리를 걸어보면 어떨까요? 일상의 작은 활력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롱 스타킹을 신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