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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l 26. 2024

발목양말은 촌스럽대요

힙한 긴목양말 신으세요

MZ(드디어 나도 이런 말을 써보는군하!)세대들의 양말을 아시나요? 요즘엔 양말로 세대를 구분한답니다. 긴목양말을 신으면 mz, 발목양말을 신으면 아재라네요. 예전에는 샌들에 긴목 양말을 신으면 아저씨 패션이라고 무시당했는데 말이죠.  양말이 아예 안 보이는 덧신은 OK. 길게 올라오는 것도 OK, 하지만 어정쩡하게 보이면 안됨.  신발 위로 보이는 발목양말은 전혀 힙하지 않음. 이런 유행이 뉴스로도 나왔네요.


https://www.mbn.co.kr/news/world/5043662

왼쪽부터 차례로 루이뷔통, 디올, 겐조

발목양말로 나의 패션센스를 뽐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니 이제는 촌스러운 아재 취급을 받다니. 양말장에 수 많은 내 여름용 발목양말들은 어쩌란 말인가.......라는 생각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 긴목 양말을 보니 제 중고등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쭉 곧은 다리에 깔끔한 동화, 그리고 그 위로 탄탄하게 붙어있는 하얀 양말, 꼭 청춘영화 한 장면 같은 그 장면이요.


그렇습니다, 패션은 돌고도는 것이라더니, 양말마저 돌아왔네요. 저 중고등 시절에 저렇게 발목 위에 올려신는 양말이 유행이었습니다. 옷 좀 입고, 유행에 신경 쓰는, 잘 나가는 아이들은 저렇게 양말을 위로 죽 당겨 신었죠. 당시 양말 품질을 생각하면 저렇게 위로 당겼을 때 아래로 흐르지 않으려면 그냥 시장표 양말이 아닌 나름 브랜드 양말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디 양말을 사야 흘러내리지 않고 유지되는가가 공유되기도 했죠.


저로 말하자면, 저 긴목 양말을 신고 싶었지만, 정말 신고 싶어 몇 번 시도했지만, 신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다리 때문에요. 종아리가 두꺼워서 양말 목이 버텨내질 못했거든요. 불쌍하고 가련한 양말, 고무줄이 늘어나서 줄줄 흘러내리거나, 발목 위 어딘가가 핏불테리어한테 물린 것 처럼 꽉 조여서 아팠거든요. 아, 떠올리니 서글픈 과거로군요. 같은 이유로 제가 롱부츠로 못 신습니다.......


제 신체적 결함 때문에 아련한 동경으로 남아있는 긴목양말이 다시 돌아온 걸 보고 추억이 샘솟기도 하고, 유행도 따라보고 싶어져서 (그야말로 몇 십년만에) 긴목 양말을 꺼냈습니다. 폭염특보가 떴는데도 말입니다. 그간 한 겨울 긴바지 속에서 내복과 맞물려 보온을 책임져 주던 바로 그 양말입니다. 반바지를 입고 긴양말을 쭈욱 당겨 신고 운동화까지 챙겼습니다. 누가 알아보는 것도 아닌데 왠지 젊은 세대가 된 것 같고, 자신감과 힘이 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은 출근과 함께 사라졌죠. 네, 제 발목과 종아리를 견디기 힘겨워한 양말이 주름을 만들며 주저앉았거든요. 연약한 양말 같으니.


산뜻하게 최신 유행 따라하기는 실패했지만, 힙한 양말 패션의 유행을 보며 추억도 떠올려보고, 잠시 따라도 해보며 즐거웠습니다. 옷장 안 쪽에 긴목 양말이 있다면 한 번 꺼내서 샌들과 함께 신고 거리를 걸어보면 어떨까요? 일상의 작은 활력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롱 스타킹을 신고 있는 말괄량이 삐삐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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