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Aug 15. 2024

2주에 9키로 감량한 썰 풉니다. txt

저 말고 아들이요-

대한민국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세상 다시없을 한량, 이런 십팔세 우리 큰아들, 내일이 개학이지만 체험학습을 내고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3박4일로 전북 익산에 계십니다. 모종의 이유로 말이지요. 그리고 그 모종의 이유 때문에 8월이 되자마자 다이어트를 해야했습니다. 그것도 2주동안에 8키로 이상을.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다이어트할 때 제일 필요한 게 뭔지 알아요?"

"뭐냐."

"그건 바로 엄마에요."


아니아니 아들아, 내 살 빼려는 달리기도 꼴랑 한 번 나간 엄마가 무슨 수로 너를 도와주니.

내가 너를 데리고 헬스장을 다닐 수도 없고 날도 더운데 뛰는건 말도 안되며, 발목이랑 무릎 안 좋으니 배드민턴같은건 말도 꺼내지 마라. 너 알아서 하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평생 다이어트를 해 본 적없는 엄마가 무슨 수로 도와주겠습니까.

도대체 2회는 언제.....?


평소에도 한식과 탄수화물을 좋아하고 초컬릿, 음료수를 놓지 않던 아들이라 사실 너무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먹는 양도 많고 끼니와 끼니 사이마다 간식도 엄청 먹었거든요. 108.7kg에서 2주만에 100 언더로 내려야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8월 1일 부터 아들은 먼저 탄수화물을 끊었습니다. 다이어트 오픈카톡방에 들어가서 도움되는 식단을 살펴보고 대부분의 식사를 방울토마토와 닭가슴살, 샐러드로 버텼습니다. 음료수는 제로만 골라 마셨습니다. 요즘에는 제로 아이스크림도 나와서 그나마 달래가며 유지할 수 있었지요. 방학이라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니 강제로 간헐적 단식을 하고 하루 두 끼만 먹었습니다.


당분이 들어간 간식과 액상과당 덩어리 음료수만 끊어도 체중이 줄더군요. 한창 성장기, 기초대사량도 높은 나이라서 따로 운동을 더 하지 않고 먹는 걸 줄이기만 해도 살이 빠졌어요. 온 몸이 나잇살로 꽉꽉 찬 엄마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강단있게 먹는 걸 참아가며 살을 빼는 아들을 위해 제가 가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꼬박 2주 동안 아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다양한 저칼로리식사를 만들어 바쳤습니다. 다이어트에 필수요소가 엄마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참치강된장과 유럽상추, 데친양배추와 참치순두부볶음, 양파팽이버섯달걀오므라이스, 닭가슴살달걀덮밥(밥없는), 키토김밥(역시 밥없음), 실곤약냉면, 오징어숙회와 오이, 기름제거한보쌈 등등등등. 낮은 칼로리에 맛도 있어야 하고 단백질도 챙기면서 소화도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야했는데, 제가 무슨 왕세자 모시는 수랏간 나인인 알았지 뭡니까. 요리꽝손인 저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 챙겨줬습니다.(2주 동안 아들이 먹고 싶을까봐 술도 나가서 먹고 왔다고욥!)

만들어준 음식 사진이 이거 한 장 밖에 없다니!! 충격입니다....이럴수가...오른쪽은 나가서 술마신 흔적~

다행히 아들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107, 106, 105, 104. 일주일 만에 104키로대로 내려가더군요. 일주일 안에 4키로를 더 빼겠다며 잘 참았습니다. 중간에 수영장 나들이 때만 어쩔 수 없이 탄수화물을 조금 먹었을 뿐, 밥은 거의 먹지 않고 버텼어요. 어느 날은 토마토를 하도 먹어서 응가가 빨갛더라는 말도 하더군요. 2주 동안 닭가슴살을 큰 봉다리로 5개는 먹어치웠습니다. 많은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식단이 7, 운동이 3이라더니 정말 식단조절만으로 매일 조금씩 체중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난 오늘, 8월 15일. 드디어 99. 3kg을 찍었습니다! 2주만에 9kg를 뺀겁니다!


단 것과 밀가루를 끊어서인지 얼굴 여드름도 싹 들어갔고,(그런데 등드름은 왜 여전히...) 동글동글 호빵같던 얼굴도 약간 갸름한 델리만쥬가 되었습니다. 엄마아빠는 역시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며 아들이 미남이 되었다고 놀리기까지 했지요. 민망하기는 해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몸이 가벼워졌다고 하고 얼굴이 갸름해진 것도, 여드름이 줄은 것도 꽤나 만족스러운가봅니다.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하네요. 물론 저는 아예 10키로 정도 더 뺐으면 싶습니다만 두고봐야겠죠. 엄마가 아무리 단 거 그만 먹어라, 음료수 먹지 마라, 잔소리를 해도 들은 척도 안하더니 자신이 몸으로 겪고나니 깨닫는 바가 큰 가 봅니다. 이제는 먹는 양이 줄었으니 조금씩 더 빠지면서 적정 체중을 찾으면 좋겠지요.


저는 제 아이처럼 먹는걸 참아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아이에게 많이 놀랐습니다. 부모지만 자식을 다 알지 못했다는걸 깨달았고, 흐물흐물한 순두부 마냥 어리숙하게만 봤던 아들에게도 한다면 하는 면모가 있구나 싶어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깨달음은......나는 못하겠구나, 라는 현실자각이었네요. 하하.

이상, 감량썰말고, 아들감량도와준 엄마분투썰을 마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은 엄마를 홀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