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글쭈글은 불규칙하게 주름이 많이 잡힌 모양을 뜻하는 부사어고, 쭈글쭈글하다는 쭈그러지거나 구겨져서 고르지 않게 주름이 많이 잡혔다는 형용사다.
하지만 오늘 나의 쭈글쭈글은 주름잡혀 구겨진 모양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고르고 단정한 문장이 아니라서, 삐뚤빼뚤한 단어들의 배열이라서, 그러니까 못난 글이라서.
마음이 쭈'글'쭈'글'하다.
새삼스럽게 왠 자기비하냐면 내일이 브런치북 대상 발표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도 똑, 떨어졌으니까.
네 주제에 왠 상심이냐, 당연한거 아니냐는 말을 들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내가 빚어내는 글들이 가마에 넣어서 굽기도 민망한 흙덩이라는건, 만든 내가 제일 잘 알고있으니까. 그저 내 못난 점을 참고 노력하면서 쓰고 있을 뿐인데, 이러저런 발표들이 나오면 한 번 더 확인하게 되고, 새삼 흙덩이들이 민망해져서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그렇다고 오래도록 쭈글쭈글하게 있으면 정말 그 모양대로 주름져버릴테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쭈글'한 마음을 탁탁 펴서 당긴다. 다리미로 다린 듯 매끈해지진 않겠지만 그럭저럭 깊은 주름은 남지 않도록 말이다.
내년에는 투고에 도전해보고 싶다. 먼저 남들이 읽을만하게 쓸 수 있어야겠지. 그러려면 퇴고를 제대로 해봐야한다. 무조건 응모부터 하는 무모함말고, 집요하게 고치는 연습을 해야지. 그 전에 새 브런치북 고민도 잊지말자.
하지만 쭈글해진 마음을 세게 당겨 펼치기보다 조심조심 쓰다듬어 펴주는 일을 먼저 해야지.
살살, 부드럽게. 토닥이는 손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