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리할 때 힘내는 건 어떻게 하는거지?

by 피어라

생리를 시작했다. 어쩐지 배도 아프고 단 것도 생각나고 몸도 붓더라니. 오십 초반을 넘어가니 이제는 생리가 힘겹다. 때이른 생리에 몸도 마음도 불편했다. 보건실에 생리통 약을 받으러 갔더니 보건선생님이 깜짝 놀라시며 아직도 폐경이 아니냐고 물으셨다. 그러게요, 왜 제 난소에는 아직도 난포가 많이 남아있는걸까요?


남편한테 메세지를 보냈다.

- 생리 시작해서 힘들어.

- 벌써? 얼마 전에 한 거 같은데.

- 그러게 이제 주기가 불규칙해지려나봐. 암튼 힘들다.


늙어서 생리하는 것도 힘드니 나 건들지 마시오, 대놓고 요구하는 바람에 남편도 의도치 않게 내 생리주기를 파악했나보다. 일종의 경보가 내려지는 상황이니 나를 챙겨달라고 투정을 부린건데, 바로 남편이 보낸 한 줄이 도착했다.


- 힘내라파이팅


힘내서 생리하는 건 어떻게 하는건가요? 생리할 때 파이팅은 어떻게 해야하나요? 아는 분 계신가요?

생리한다고 힘내라니, 남편이 웃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지속적인 훈련으로 뭐라도 나오긴 하나보다. 입력,입력,입력, 입력, 그리고 간신히 하나 추우우려어억. 이정도라도 공감의 대화가 가능해지는데 20년이 걸렸다. 노력하는 남편이 고맙기도하고 살짝 귀엽게 보였다.


-그래 힘내서 생리할게. 저녁에 보자.


어이없는 내용의 별거 아닌 대화였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 조그만 핫팩 하나 댄 기분, 대화창은 닫았지만 마음은 연결된 느낌. 그래 생리를 하건 안 하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나를 따스하게 해주는 가족의 마음을 안고 오늘도 힘내자. 팡,팡, 파이팅!


runners-1517155_640.jpg 자궁도 나도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도 모두 달려보자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출근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