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을 통해 얻은 것

by 피어라

지난 2월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4회차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평일 오후 두 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방학이 아니었다면 듣지 못했을 좋은 기회라 짧은 차시지만 과제도 제출하며 열심히 참여했다.


마지막 4회차 수업 마무리로 각자 쓴 글들을 돌려 읽고 짧은 합평의 시간이 있었다. 본격적인 합평이라기보다 긍정적인 감상평을 나누며 북돋우는 시간이었지만 내 글을 타인이 읽는 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고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함께 한 모둠원은 다들 여자로 각각 20대 후반, 30대 중반, 30대 후반이었다. 다양한 취향과 시선의 글을 읽을 수 있을거라 기대되었다. 자신의 일상과 주장을 솔직히 담은 글들을 읽으며 독자로서의 감상을 포스트잇에 적었다. 비문이나 문단의 어색함이 보이는 글도 있었지만 진솔한 매력이 담긴 글들이라 집중해서 읽어나갔다.


나는 설명절의 일상풍경을 담은 글과 오래 전 감정을 담은 글 두 편을 제출했다.(브런치 이전 글: 비켜, 전 뎁혀야돼!) 나로서는 괜찮게 쓴 글이라고 생각해 브런치에도 발행 했는데, 같은 모둠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첫 문단부터 불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몰라도 상관 없는 이야기는 삭제하는 편이 훨씬 매끄러운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글 쓸 때 주의해야할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게다가 주부의 일상적인 생활이야기는 젊은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던듯 하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어디에 감동을 받아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주제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대체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한 듯 인쇄물에 별다른 표시가 없이 깨끗했다.


두 번째 글은 일상을 그려낸 첫 번째와 달리 내면의 흐름을 표현한 글이었다. 감각과 묘사에 좀 더 치중했고, 감정을 이야기했다. 쓰면서도 과도하게 멋을 부린 건 아닌가 못마땅했고, 완성된 짧은 글 자체도 어설픈 스무살짜리의 메이크업을 보는 듯 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이 훨씬 반응이 좋았다. 와 닿는다, 좋은 표현이다 라는 메모도 달려있었고 몇 몇 문장에 별표와 밑줄로 표시도 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내심 좋은 평을 기대한 글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고, 부끄러워한 글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차이가 뭘까? 세대차이로 인한 공감대 형성의 문제인걸까, 취향의 차이인걸까? 역시 내 표현력의 부족함인가? 감사한 피드백을 받고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뭔가 답답했다.


집에 돌아와 상심하며 파일을 정리하는데 얼마 전 읽은 임경선의 산문집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원고를 겨우 두 번 수정한다고? 당신은 작가가 아니다." 역시 이러니 내가 작가가 아닌거로구나. 겨우 한 번 수정하고서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랐던건가 싶어 부끄러워졌다. 자괴감도 올라왔다. 동시에 나는 얼마나 글쓰기에 진심인가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조금씩 더 잘 써나가고 싶고, 내 속에 떠오른 것들을 잘 다듬어 풀어내고 싶다.


다시 한 번 파일을 열어 글을 고쳐보았다. 여기저기 걸리는 부분들,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들어왔다. 소재와 주제가 독자에게 덜 와닿더라도 글의 완성도가 높다면 충분히 공감을 받을 수 있을텐데 많이 다듬어지지 못한 글이라서 전달되지 못했다는걸 깨달았다. 4번의 수업을 통해 얻은 것은 글쓰기를 위한 기술이나 팁이 아니라 글을 쓰고싶어하는 내 마음의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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