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사진이 다 어디간거지?
이번 설은 음식을 가장 적게 한 명절이었다. 아버님이 입원중이셔서 시가식구들과는 따로 설에 모이지 않기로 했는데다, 남편과 아이들도 딱히 명절 음식을 챙겨먹고 싶어하지 않아서 음식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만 연로한 친정 부모님을 생각해 두 자매가 각자 음식을 해가자고 했다. 엄마는 떡국과 불고기를 준비하시고 동생은 잡채를, 나는 전을 부쳐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명절 음식 중에 전을 제일 안 좋아한다. 그런데도 전을 맡기로 한 것은 음식솜씨 없고 간도 못맞추는 내가 그나마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은 부쳐내는 과정은 번거롭더라도 맛에는 신경을 덜 써도 된다. 동태전이 덜 익었다? 뎁혀먹으라고 일부러 살짝 익힌거고. 간이 덜 됐다? 싱거우면 간장 찍어먹자. 소금이 과하다? 술안주 하라고 짭짤하게 부쳤지, 하고 모든 상황을 퉁칠 수 있다. 그러니 할 만하지 않은가.
당일 아침부터 뚝딱뚝딱 동태전, 호박전, 고추전, 동그랑땡을 준비했다. 혼자서 아홉 명이 두 끼 먹을 분량으로 넉넉히 만들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직접 만들었다고 증명할 과정샷도 찍어가며 차례로 부쳐내다보니 두 시간이 언제 흐른지 모르게 훌쩍 지났다. 부랴부랴 챙겨서 집을 나섰다.
그렇게 모인 친정 부엌에서 나는 후라이팬을 들고 비장하게 외쳤다. “비켜, 전 뎁혀야 돼!” 아무리 내가 했다지만 전이 세상에서 제일 맛나고 귀한 음식인양 가스렌지 앞을 차지하고는 불고기와 생선을 밀어냈다. 노릇하게 전이 다 구워지자, 알아서 접시를 꺼내 예쁘게 담아서는 상 한 가운데에 올려놨다. 내가 언제부터 전을 챙겨먹었다고. 내가 만들었다고 이렇게 대우가 달라질 수 있는걸까? 스스로도 우스웠지만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모두에게 말했다. “이거 먹어봐요. 고추전이 아주 아삭하고 개운하다, 호박전도 달달하고. 간도 딱 맞지?” 자꾸 들이밀며 강권한 덕에 접시는 깨끗이 비워졌다. 다행 중 이런 다행이 없었다.
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끝낸 뒤 남은 음식을 싸주시려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원래 전 별로 안 좋아해요. 괜찮으니까 아빠랑 두 분이서 많이 드셔요. 집에 재료 더 있어.”
“좋아하지도 않는데 저래 많이 해왔어?”
제법 먹을 만하셨던지 엄마가 웃으셨다.
아무래도 올 추석에 또다시 전을 부쳐야겠다. 그때도 오늘처럼 호들갑스럽게 접시에 담아 내놓겠지. 같이 모여 먹는 즐거움을 위해 그때는 좀 더 수고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