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은 산세베리아

왔어요 왔어~

by 피어라

육년 쯤 전에 시장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산세베리아가 세촉 심겨진 플분을 하나 샀더랬다. 물을 많이 먹지도 않고 햇빛과 그늘을 타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저혼자 알아서 잘 살더니 이제는 저렇게 왕성하게 자랐다. 작고 볼품없던 아이가 자기 주장이 뚜렷한 미인으로 자란 느낌? 천애고아가 자수성가해서 대가족을 이룬 모습? 아무튼 심어놓은 화분한테 미안할 지경으로 풍성하게 자랐다. 멋진 세로 화분에 옮겨심고 싶은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화분을 못찾았다.


얼마전 집에 온 남동생이 잘 자라고 있는 저 산세베리아를 보고,


"기세가 좋네!"라고했다.


조용히 자라고 있는 식물에게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했던 말. 어딘가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의 말. '기세가 좋다'


내 자식이 상이라도 타온 느낌이었다. 잘한 건 내 자식인데 내가 칭찬 받는 기분도 들었다.


"제가 해준 게 뭐있나요, 그 흔한 학원 한번 인강한번 못 시켜줬는데 턱하니 대학 합격하구, 아주 대견해 죽겠습니다."


뭐 이런 거?


오늘도 꾸준히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고 홀로 자습하며 베란다는 꿋꿋이 지키고 있는 우리 산세베리아.

다음엔 꼭 분갈이 하면서 분가도 시켜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