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최후의 꽃 한송이

by 피어라

제라늄 세 줄기를 한 화분에 심었더랬다. 서로 번갈아 꽃대를 올리고 꽃볼을 피우며 잘 자라더니, 그 중 한 가지가 이번 겨울을 나며 저렇게 말라버렸다.

실은 왼쪽의 마른 가지가 모체고 오른쪽 싱싱한 두 가지가 삽목으로 번식시킨 가지다. 먼저 나왔으니 먼저 가려는 걸까? 같은 흙에서 같은 물을 먹고 같은 영양분을 흡수하던 가지건만, 그저 날수가 다한 것 처럼 저렇게 스러져간다.


시들어 죽어가는 가지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다고 아직은 더 버틸 수 있다고 하나씩 하나씩 계속 잎을 낸다. 조그맣게 잎을 내며 버티더니 말라가는 가지 끝에 겨우 꽃한송이를 피워낸다. 죽음을 예견하고 마지막 번식을 위해 남은 생명을 짜내기라도 한걸까.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듯 남은 힘을 모아 피어나는 가련하고 숭고한 붉은 꽃망울. 저 마른 가지가 보여주는 생명의 본능앞에 숙연해지고 겸손해진다.


아마도 마지막일 한 송이를 조용히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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