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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Sep 14. 2021

한국인으로 외국에 살면 좋은 점


“Are you Korean?”



커피를 주문하는데 다짜고짜 들은 질문이다. 영어로 주문을 주고받고 일행 없이 혼자 와서 한국어는 단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일단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고 되물었다. “응, 나 한국인인데 어떻게 알았어?". 회심의 미소를 띠며 질문할 때와 다르게 “너 한국인처럼 생겼어.”라고 직원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백인의 생김새만 보고서는 그들의 출신이 유럽 국가인지 미국인지 호주나 뉴질랜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한중일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특히 한국인을 구별하는 게 비교적 가늠하기 쉬운지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6-7명의 사람들과 함께 타있던 엘리베이터 안, 잠시 흐르던 적막을 깨고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한국인이야?” 당혹스러웠지만 “맞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차림새가 깔끔해서 그런 줄 알았단다. 불쾌할 뻔한 질문이었지만 본인의 유추가 맞아서 상당히 뿌듯해 보이던 아주머니의 미소를 보니 별안간 깔끔한 한국인이 된 것에 자부심이 들었다.


한국에 친숙한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인들이 깨끗한 이미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이미지를 좌우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이라고 한다.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첫인상을 가꾸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 특히 면접이나 소개팅을 위한 좋은 첫인상 남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이러한 갖은 노력이 외국에 나가 발휘를 하기라도 하는 게 아닐까, 지난날 당연시하던 노력에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싶어 진다. 사실 외국인에게 비치는 한국인의 깔끔함은 우리에겐 삼시세끼 먹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하루에 세 번 양치를 하고 외출을 하고 나서 샤워를 하고 1-3일 중에 머리를 감는 일이 전부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보통 이틀 내에 머리를 감는다.) 당연하게 지켜온 청결한 생활에 외국인들은 한국인은 정말 부지런하다며 엄지를 척하고 치켜세워준다. (당연히 한국인 생활습관을 가진 깔끔한 외국인도 있다. 상대적으로 적을 뿐)


깔끔하고 부지런한 인식 덕에 한국인으로서 외국에 사는데 유용한 부분이 제법 쏠쏠하다. 집을 구할 때 다른 세입자들과 경쟁에서 뽑혀야만 원하는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이때, 한국인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 덕에 많은 집주인이나 부동산에서 세입자로 한국인을 환영하는 추세다. 많이 들어본 외국인들의 증언으로는 1. 한국인은 실내에서 절대 신발을 신지 않는다. 2. 집을 제 몸처럼 깨끗하게 사용한다. 3. 홈 파티 문화를 즐겨하지 않는다. (조용하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다.) 내가 집주인이라도 납득이 가는 내용이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부동산 매니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점검을 와서는 단 삼 분 이내로 끝내고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wonderful (최고야)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깔끔한 한국인이 집까지 깨끗하게 쓰기로 소문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소문에 우리 부부도 한몫하고 있지 않을까.


거실
안 방
큰 방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자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은 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애국심이 몇 배는 강해지는 기이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적어도 나라 망신에 앞장서지 말자’의 결의는 자연스레 개인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쳐 더 나은 내가 만들어진다. 한국에서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걸 깨닫기까지 전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늘도 머리를 다듬고 빨래한 옷을 입는다. 거기에 한국에서 산 가방까지 거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한국인의 차림새를 완성시킨다. 언젠가 오래 살고 보면 한국 느낌이 물씬 나는 스타일도 차츰 흐려져 현지인과 맞먹는 분위기를 풍길 때가 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세련되지는 않아도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평생 신분증처럼 지니고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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