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전히 좋아하는 장소

by 조안


일요일마다 같은 카페를 찾아간다. 네이피어에 살면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만큼 좋아하는 카페. 멋쟁이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녁에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변신해서 네이피어 카페치고는 꽤나 럭셔리하다. 한국 카페에 비하면 여전히 투박하지만 그 투박함마저 이곳만의 매력이다.


아몬드 크루아상은 한동안 일요일 마켓이 일등이었는데 지금은 이 카페가 자리를 빼앗았다. 마켓에서 파는 건 큼지막한 크기에 아몬드 크림이 듬뿍 들어 매력적이고 이곳의 크루아상은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달다.


작년 겨울에는 일요일 마켓에서 맛이 다른 크루아상을 하나씩 들고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시간이 많았다. 이번 겨울은 그 자리를 이 카페가 대신했다. 다가올 봄에는 우리만의 또 어떤 장소가 생길까. 벌써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 이 카페를 발견해 다행이다.


한번은 카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오클랜드 사는 지인이 같은 날 이곳을 들렀다며 연락이 왔다. 솔직히 오클랜드 카페가 맛있는 곳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 지인이 “지금까지 먹은 베이커리 중 1등”이라고 했다. 내 가게도 아닌데 괜히 뿌듯했다. ‘난 이렇게 맛있는 카페가 있는 동네에 산다’는 자부심.


그래서 이번에는 시나몬롤을 먹어봤다. 아몬드 크루아상이 워낙 맛있었으니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나몬롤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시나몬롤은 속까지 시나몬 설탕 시럽이 촉촉하게 스며들어야 하는데 여기는 겉면에 시나몬 설탕을 뿌려둔 게 전부였다. 위에 올려진 크림치즈도 너무 단단해 살짝 녹아 스며드는 맛이 없었다. 스콘위에 버터처럼 부드럽게 퍼져들어야 제맛인데. 다행히 남편이 고른 피스타치오 케이크가 맛있어서 떨어질 뻔한 신뢰를 다시 붙잡았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맛뿐만이 아니다. 우리 둘만의 이야기로 시간을 가득 채우는 장소기도 하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거나 ‘나는 솔로’, ‘나솔 사계’를 보지만, 이렇게 다른 공간에 오면 우리 둘 사이에 집중한다. 얼마나 행복한지 혹은 사랑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으로.


평화가 있어야 이런 일상도 유지되는 법. 사랑하는 남편과 보내는 주말이 계속되어 행복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