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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Sep 06. 2021

서브웨이 아웃! 맥도날드, KFC 대란



코로나 청정 국가였던 뉴질랜드에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바로 지역 봉쇄령에 들어간 지 삼 주가 지났다. 현재까지 7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오클랜드와 웰링턴 두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감염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0명인 지역은 거리두기 단계가 4에서 3으로 내려갔다. 거리두기 3단계일 때는 음식 포장이 가능해진다. 엄격한 락다운 레벨 4단계의 기간 동안 집콕 생활에도 모자라 집 밥으로 삼시세끼 연명해온 사람들의 숨통을 트게 하는 기쁜 소식이었다.


포장이 가능해진 당일에 맥도날드와 KFC는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에 먼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화제의 맥도날드, 한국이었으면 평소에 잘 쳐다보지도 않았을 햄버거 체인점일 뿐인데 뉴질랜드에선 기막힌 인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만이 가능한 주문 방식으로 도로까지 삐져나오려는 차들을 보고 이 날도 집 밥과 함께 아쉬움을 삼켰다. 삼 일이 지나고 다시 한번 맥도날드 햄버거 먹기를 도전했다. 이번에는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대를 피한 2시에서 4시 사이, 시티 지점이 아니라 작은 동네에 위치한 지점을 공략해보기로 하는 작전까지 세웠다.


Mates Hunger Buster라는 2인 세트 메뉴를 미리 선정해두고 출발했다. 그 결과, 도착했더니 우리 차를 제외하고는 단 한대의 차가 앞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빈 시간 노리기’ 전략이 먹혔다. 드라이브 스루인 점을 감안해서 메뉴도 미리 알아보고 갔더니 옆에 전광판으로 큼지막하게 메뉴가 잘 보이도록 나와있었다. 뒤에 차가 한 대도 없어서 여유롭게 메뉴를 한 번 더 살피며 주문을 했다.  <주문-계산-음식 받기>까지 모든 과정이 삼 분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렇게 빠른 주문과 포장은 처음이라 놀라고 뉴질랜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엘티이 속도에 또 한 번 놀랐다.



우리가 주문한 2인 세트 메뉴의 구성은 ‘빅맥 두 개+치즈버거 두 개+감자튀김 두 개+탄산음료 두 잔’이었다. 2인 세트인데 햄버거를 4개나 주다니 관대한 서비스에 크게 감동했다. 거기에 뉴질랜드에서 얼굴만 알고 지낸 친구가  먹길래 궁금했던 ‘애플파이’도 사왔다. 새우버거가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뉴질랜드에서의 맥도날드 인기를 실감해보기 위한 첫 시식이었다. 삼 주 만에 맡아보는 바깥 음식 냄새에 들뜬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워졌다. 햄버거를 두 개나 먹을 생각이 더해져서 신났던 것도 분명하다. 기대한 마음이 작아지기까지는 금방이었다.


남편이 자기 주먹보다 작다고 얘기한 치즈버거의 실물은 내 주먹보다 더 작은 크기였다. 두 입 베어 먹으니 절반밖에 남지 않은 치즈버거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마카롱보다 납작해 보이는 치즈버거는 순식간에 다 해치우고 다음 순서인 빅맥을 집어 들었다. 빅맥은 빵이 세 장이나 들어있는 줄 몰랐다. 한국의 빅맥을 먹어보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 없는 게 단점이다. 한국에 비해 양상추를 잘게 썰어놔서 먹기에는 더 간편했다. 마지막으로 애플파이를 먹으려고 하니 다시금 그 친구가 떠올랐다. 본국에 돌아가서도 여전히 애플파이 냄새를 풍기고 다닐까. 츄러스 맛이 강하게 나는 애플파이는 $1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한 번으로 만족하고 끝날 것 같다.    



앙증맞아도 맛있던 치즈버거
맥도날드 대표버거 빅맥
애플파이


나의 맥도날드 햄버거 시식 후기를 SNS에 올리자 아직 레벨 4로 음식 포장 엄두도 내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뜨거운 반응이 잇달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번 락다운 이후에는 종일 긴 줄은 물론이거니와 새벽 4시부터 줄을 서있기까지 했단다. 치킨 강국인 한국과 달리 유일한 치킨판매의 중심인 KFC는 여전히 열풍을 누리고 있다. 제목에 언급된 서브웨이의 위치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서브웨이는 어느 누구도 줄 서서 먹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 외식 강자는 맥도날드KFC라는 걸 생생하게 증명해 보였다. 햄버거와 치킨으로 한데 뭉친 모습은 외국인으로서 이질감에 몸서리칠 때가 훨씬 많았던 일상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동질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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