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일기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오후 4시.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늦고 마무리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몇 년째 우기며 오늘도 설레는 중이다.
토익 880점 (굳이 자랑) 갓 입사한 예쁜 후배가 부장님 드셔보세요. 바게트를 구웠어요.
파티시에로 입사해 야무지게 인수인계를 끝내고 제법 잘 적응 중인 녀석은 이렇게 내 관심을 끌었다.
오전에는 보기 드문 신입의 에너지로 나를 기분 좋게 하더니 오후에는 이런 센스로 분위기를 띄우다니. 내심 흐뭇했다.
두 번 굽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식 쿠키 비스코티보다는 덜 딱딱하지만 크래커보다는 오독오독하다.
생각 같아서는 줄줄이 꺼내 먹으며 커피도 마시고 모니터와 키보드를 조종하고 싶지만 현실은 회사였다.
더구나 단단한 식감으로 깨무는 소리에 방해라도 될까 안될 일이었다.
최근 자사에 신상으로 들어오는 바게트들은 작아진 크기와 함께 찰진 식감이 두드러지는데 이렇게 얇게 썰어 오븐에 구우니 맛과 식감이 정말 새롭다.
후배 본연의 업무가 분명 있었을 텐데 선배 직원들을 위해 플러스 노동을 했다는 것에 깊게 감동받았다.
내가 앉아 있는 지금의 자리가 분명 어느 날 문득 툭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도 되고 텐션도 부쩍 오른다.
영하 9도씨의 길도 미끄러운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 예쁜 후배들을 엮어 근처 역까지 태워줘야겠다.
오독오독 바게트가 뭐라고 경기 자가 중소기업 베이커리 다니는 박 부장을 변화시키는지.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