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일기_엄마는 없었다.
두 번 구운 김밥김, 나만의 최애 식재료 달근 당근, 통 크게 계란 반판, 아삭하여라 노랑 단무지, 넣어 말아 맛살과 김밥햄, 한 여름 가치 없네 초록 시금치, 많이 넣자 어묵 어묵.
은 항상 우리 집 김밥 재료가 된다.
아들이 첫 휴가를 나온다는 소식에, 베딩을 빨아 정갈하게 깔아놓고 집에 있는 동안의 집밥 메뉴를 정리한다.
좋아하는 메뉴가 많다 보니 나름 수월한 고민이지만 욕심만 앞서는 게 사실이다.
정작 친구들 만난다고 나가면 몇 끼나 먹는다고...
네 식구 모두가 좋아하는 김밥.
배송받은 식재료들을 다듬고 헹구고 썰고 볶아가며. 흰 쌀도 솥에 안친다.
꼬들꼬들 흰쌀밥을 시작으로 김에 밥을 얇게 펴 올려 준비한 재료들과 함께 돌돌 말아주면 완성되는데 말면서 썰면서 부부는 하나 두 개씩 몇 줄을 먹어 치운다.
사실 집에서 김밥 싸는 묘미 아니겠는가.
집 안은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신혼집 부럽지 않은 따뜻한 향미가 이미 퍼진다.
나의 학창 시절 엄마는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 인근 산으로 봄소풍을 가던 날 나의 친구들 대부분은 김밥 도시락에 야채 크래커에 사이다를 싸왔다.
나는 엄마가 어디선가 사 온 당시의 일식집 유부초밥 도시락을 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나눠가며 바꿔가며 환영하며 먹을 일이겠지만 그때는 나만 다른 도시락이 무척이나 창피하고 야속했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 도시락이었다.
아들 오면 먹이겠다고 완숙 토마토를 살짝 데쳐 레몬청 올린 디저트도 김밥과 함께 선보인다.
워낙에 김밥은 알록달록 색감을 갖고 있어 특별하게 플레이팅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예쁜데 오늘따라 아들의 휴가에 내 마음이 기쁜지 더욱 만족스럽다.
김밥 하면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잠시나마 꼭 한 번씩은 목이 멘다.
그때의 보상 심리인가.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에게는 엄마 냄새 물씬 나는 김밥을. 그리고 집밥을 최대한 오랫동안 먹여보고 싶다.
늘 이야기하듯 "아들, 살다가 힘들면 언제라도 집에 와서 엄마 밥 먹고 나가서 힘내."
김밥이라는 이유로.
집밥이라는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