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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숙 Dec 06. 2019

은행 VIP실 이용하는 팁을 알려드릴게요.

소소한 재테크

은행 객장에서 하염없이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번호표를 뽑지도 않고 객장 안쪽에 자리 잡은 별도의 룸으로 척척 걸어 들어가는 고객이 있습니다. VIP실을 방문하는 고객인데요,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번호표를 뽑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하실 법합니다. 꼭 돈이 많아야 VIP실 거래를 할 수 있는 건지도 궁금하실  같아요.


은행마다 VIP실 거래하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은행은 평잔 1억 이상입니다. (평잔 5억에서 10억 이상의 PB고객을 관리하는 지점은 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평잔 1억이라 함은 1억이라는 잔액이 항상 유지됨을 말합니다.


대출 거래가 많아서 VIP 등급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VIP실에서는 주로 수신상품을 다루는지라 대출만 보유한 고객의 경우 제가 상담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VIP실 팀장이 대출업무를 병행하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꼭 1억이 있어야지만 VIP실을 거래할 수 있는 걸까요? 간혹 투자상품 상담을 원하시거나 은퇴자금 계획, 자녀 자금 재테크 상담 등등 어떤 상담을 원하시든 1억이 아니더라도 상담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어느 은행의 VIP실 팀장이라도 새로운 고객과의 상담을 기다리고 있으며 흔쾌히 응할 겁니다. 


VIP실을 이용할 때에는 사전에 이러이러한 상담을 원하는데 언제가 좋을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직원에게 미리 해두면 편하다는 팁을 드립니다. 저의 경우 250명 내외의 고객을 관리합.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지점을 가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한 명의 담당자가 바뀐 거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250명의 새로운 고객을 알아나가는 거죠. 비대면 채널만 이용하여 내점 하지 않는 고객도 꽤 많지만 단시간에 모든 고객의 거래현황을 파악하고 익숙해진다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어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특히 인사이동 후에는 그 강도가 심합니다. 그래서 저 나름의 비법으로 엑셀에 고객의 특징과 이름을 저장해 두고 컨트롤 F찾아나갑니다. 까만 뿔테가 인상적인 고객이었다면 '안경', '까만 뿔테'라는 키워드와 함께 고객 이름을 저장해 둡니다. 물론 통장을 보면 '아, 맞다!'싶지만 통장을 내밀기 전에 이 분이 누군인지 알아내고 친밀감을 표현하는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VIP실의 특성상 고객님의 이름을 여쭙는 것은 실례가 되거든요. 저로서는 새로 부임한 지점에서 한 두 달 간은 필수 작업입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고객마다 거래하는 패턴이 다르고 성향이 다릅니다. 특히 VIP실이라는 특성상 개개인에 맞는 디테일한 업무 진행을 해 드려야 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방문하시는 만큼 대기하않고 편안한 상담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해 드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상담차 방문하겠다고 알려주시면 직원 입장에서도 그 업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가능하고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시간 조율도 가능합니다.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은 직원이 모든 업무를 알 것 같지만 은행 업무라는 게 사실 매우 광범위합니다. 매일 똑같은 업무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고객마다 다른 업무를 요청하기도 하고, 간혹 일상적이지 않는 업무가 생기기도 합니다. AI처럼 정확한 수치를 척척 기억해내면 좋겠지만 이십 년 경력의 저로서도 가끔 가물가물하기도 합니다.


고객이 미리 과제를 던져주 나름대로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고민해 보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해 드리기 위함이죠. 상황에 따라서는 본점이나 대외기관에 사전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리 어떤 업무, 어떤 상담을 하려고 하는데 몇 시에 가면 될지 물어봐 주시는 고객이 저로서는 참 감사합니다. 


갑자기 질문을 받고 상담을 진행하고 나면,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드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남기도하고 다른 고객과 시간이 겹쳐 자세한 설명을 못 드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5억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는 PB센터는 예약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리테일 지점 VIP 창구는 단순한 일상 업무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약제가 그리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소요되는 각종 상담이라면 더욱 예약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금에 관련된 고객님의 상황을 직원에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좋습니다. 저는 와인을 사러 가서 누구와 어떤 장소에서 먹을 것이며, 가격은 삼만 원선에서  찾고 있으니 추천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 와인 전문가이신 직원분이 저에게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시죠.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전세보증금을 3억 받았는데 2년간 운용 가능하며 수익은 3프로 이상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원금보존이 최우선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시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플랜을 제시해 드릴 겁니다. 


말씀드렸듯이 꼭 1억이 아니더라도 VIP실 이용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1억을 모아 은행 VIP실 거래를 시작해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도 부자가 되는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1억이 와 닿지 않는다면 천만 원, 이천만 원, 오천만 원 이런 식으로 늘려가 보세요. 속도를 올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겠지만 궤도에 정착하기만 하면 가속도가 붙어 같은 돈을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제가 제안드린 몇 가지 팁을 기억해 내고 VIP실 팀장을 최대한 활용하똑똑한 VIP 고객이 되었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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