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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숙 Nov 23. 2019

IRP 꼭 가입해야 할까요?

소소한 재테크

"내년 1월 아차! 하실까 봐

IRP 추가 불입 안내드려요.

오늘 추가 불입해 두시고

바쁜 연말에는 더 중요한 일 챙기세요."


좀 더 고급스런 표현을 했어야 하는데..

아니야 그래도 임팩이 있어야 ..

근데 문자를 보고 연 몇 명이나 추가 불입할까.. 100명 중 5명이라도 불입해야 할 텐데..

5%면 좋은 타율이지..

이런저런 자괴감에 잠시 몸부림 쳐보았습니다.


은행은 왜 퇴직연금, IRP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요? 퇴직금이나 IRP는 먼 미래에 수령하게 되는 금융자산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선택한 금융회사를 옮기거나 변경할 확률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우리가 PC나 노트북을 구입하고 기본 설정된 디폴트 값을(default)을 굳이 변경하지 않는 것처럼, 처음 선택한 금융회사를 변경하는 경우가 드물고 긴 시간을 묵혀두는 상품이다 보니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수료 확보가 가능합니다. 


은행이 퇴직연금 혹은 IRP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이겠죠.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 모든 은행이 갖가지 프로모션을 내걸고 자금 유치에 집중합니다. IRP 가입의사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고객이라면 직원들이 침을 튀겨가며 섭외를 하는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IRP 가입을 하면 은행만 좋은 일 시키는 걸까요? 은행원들이 이렇게나 열심히 권유하는 IRP는 꼭 필요한 것일까요? 

예, 아니오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IRP는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의 약자로 영문 그대로 '개인 퇴직연금'입니다. 퇴사하고 회사에서 주는 퇴직금과 달리 IRP는 '내'가 불입하는 것이며, 불입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다가  55세가 되면 연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니다.

어설프지만 3층 연금 그림입니다. 공적부조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국민연금이 1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층에는 회사에서 적립해 주는 퇴직금 계정입니다. 3층에 개인적으로 넣은 모든 연금 즉 기존 연금저축상품, IRP, 비과세 연금 등등을 몽땅 넣어보면 됩니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주는 유일한 연금이지만 오래 살아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일정 나이가 되어 퇴직할 때가 되면 회사에서 퇴직금을 줍니다. 그나마 회사에 다니던 사람일 경우에해당되겠죠?


자영업을 하고 있다면 2층이 텅텅 비어 있는 구조입니다.  세 종류의 연금이 서로 조화롭게 잘 구성이 되어야 맘 편한 노후생활이 가능합니다. 중산층, 서민층이 가장 먼저 가입할 수 있는 3층에 해당하는 상품은 세제혜택을 주는 세제적격 상품입니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비어있는 2층을 보완하기 위해서 좀 더 몰입할 필요가 있구요.


인구는 줄고, 은퇴가 빨라지면서 국민연금 적립금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정부는 조급해졌을 겁니다. 그리하여 노후를 위해 자기 돈을 더 불입하는 국민에게 더 많은 세액공제를 해주리라 마음먹었을 테죠. 개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넣어야 국가도 연금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몇 년 전부터 IRP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가 시행되었고, 연간 4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한도가 늘어나게 되었니다. 이 부분을 아직 모르는 분이 많기도 하고, 자영업 하는 분들이 본인이 가입대상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알면서도 넣을 여유가 없다거나, 의미 없다고 하시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역시 20대, 30대에 세금 혜택을 공제해 주는 상품에 불입을 하면서도 연금이 딱와 닿지 않았습니다. 연금수령을 신청할 수 있는 55세라는 나이가 저에게는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해 저는 마흔이 되었습니다. 자기 소름이 끼쳤습니다.


'내 나이가 마흔이구나. 

나는 언제까지 소득활동을 할 수 있을까?

정년을 보장받을 수도 없을 것 같은데..

55세가 되면 우리 아이들이 몇 살이지?

맙소사. 아직도 학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다른 직업을 가질 수나 있을까?'


암울한 상상은 가지 뻗기를 시작했고, 은퇴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금은 이런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일정 부분 해소시켜 주는 니다. 다 보면 자녀 학비, 자녀 결혼등 목돈이 빠져나가는 시기가 꼭 도래합니다. 그간 열심히 일해 벌었던 목돈은 그때 사용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미래의 생활을 위해 미래의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야 합니다. 그 현금흐름은 바로 저 3층짜리 연금  피라미드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대학시절 만난 일본 친구들은 본인의 학비를 사회에 나가 돈을 벌어 부모에게 갚아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잖아요. 부모 자식 간에도 돈 관계가 확실한 일본과 달리 우리는 대학에 가서도, 결혼을 해서도, 심지어 내 애가 태어나서도 엄마 아빠 품을 떠나지 못하는 실정이니 소위 웃픈 현실입니다. 자식과 내 미래를 위해 아무래도 준비를 많이 해둘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평균 학비는 연간 6백만 원에서 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집에는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무사히 대학에 갔다는 가정하에 대학 4년 동안 학비로만 8천만 원이 들어갈 예정이죠.


학비만 들어갈까요? 저희는 다행히 서울에서 거주하지지방에서 서울로 보낸 경우라면 집도 구해야죠. 먹을 돈도 줘야죠. 어디 그뿐입니까. 여행도 보내줘야 해. 학원도 가야 해. 친구도 만나야 합니다. , 서울에 살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간다면 역시나 돈이 들겠네요. 자식이 알바를 해서 일부를 충당한다 하더라도 참 암울한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가 드디어 번듯한 직장에(들어가 주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말입니다.) 들어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평균 결혼 비용이 남자가 1억 5천만 원, 여자 5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자녀 결혼에 한번 더 뭉칫돈이 날아갑다.


요즘은 결혼하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결혼하고 나니 손주 녀석이 태어났습니다. 산후조리원 비용에 손주 녀석 영어유치원 비용까지 걱정 할판입니다. 본인의 노후생활은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데 말이에요.


그래서 미래에 월급 타듯 꼬박꼬박 나올 현금흐름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직장인에게 하면 십중팔구 듣지 않습니다. 이해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자동차도 사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젊은 시절 들어가는 뭉칫돈이 있거든요. 그러니 노후를 준비할 수 없을까요?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나요?


을 모으는 데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행을 뜻하는 영어 표현 중에는 후딱 다녀오는 trip도 있고, 조금  긴 여정을 떠나는 journey가 있습니다. 돈을 모아나 가는 과정은 이 긴 여정을 떠나는 journey와도 같습니다. 이건 돈이 많은 사람이건 적은 사람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생애 주기를 그려보고 중요한 구간구간마다 필요한 돈을 구체적인 액수로 그려보면 아마도 화들짝 놀라실 겁니다.  


그만큼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준비되어 있지 않음에 또 한 번 놀랄 것입니다. 꾸역꾸역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취직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습니다. 키우느라 없는 돈 쪼개가며 사람을 만들어 놓았지만 돈 없는 부모를 봉양이나 할까요. 연금 타는 부모는 버리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은행은 고객에게도 유리하고 은행에도 좋은 IRP라는 이정표제시하였습니다. 고객은 긴  여정 중에 만난 이 이정표를 쳐다보고 다시금 길을 떠날 겁니다. 어느 길로 가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그 길의 끝은 큰 차이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 IRP

- 가입대상 : 근로자, 자영업자, 직역연금 가입자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 경찰 등)

- 가입금액 : 전 금융기관 합산 연 1800만 원

- 연금수령 : 가입 후 5년 경과 AND 만 55세를 충족하는 연도부터 10년 이상 수령

 - 운용상품 : 정기예금, 채권상품, 주식형 펀드, TDF (Target Date Fund)

-  세액공제 : 개인부담금에 대하여 연간 700만 원 한도 내

- 공제한도 : 연금저축 합산 400만 원 + IRP 300만 원

*연금저축이 없다면 IRP 700

*종합소득 1억 초과인 경우 OR 근로소득만 있으면서 총급여액이 1억 2천만 원 초과인 경우는 연금저축 300 + IRP 400


(사진출처: Tony fahkry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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