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미숙 Mar 27. 2020

주식 증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내 아이 자산관리 바이블

요즘 이삼십 대 증권계좌 개설이 인기라지요? 그에 못지않게 시니어층, 미성년자의 증권계좌 개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인의 경우, 굳이 증권회사에 가지 않더라도 모바일앱을 다운로드하여서 비교적 손쉽게 증권 계좌에 가입할 수 있는 반면, 미성년자 명의의 주식 계좌 개설은 친권자 중 한 명이 가족관계서류를 지참하여 직접 증권회사로 방문해야 하다 보니 요즘 증권회사가 엄마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고 합니다.


발 빠른 엄마들은 아이에게 어떤 종목을 사줄지도 이미 정해서 온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어머니! 계획이 다 있으셨네요! 순간, 계획이 없으셨던 분들은 갑자기 궁금합니다.

'나는 계획이 없었는데!'

'왜 하필 요즘?' 

'어떤 종목을'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트리거가 된 글로벌 시장의 급락은 그 비싸다던 여러 주식 종목들을 빅 세일에 들어가게 만들었죠. 국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해외주식들이 원래 형성되어 있던 가격 대비 20%, 30% 이상 하락하였습니다.


종종 뉴스를 통해 대기업 총수들이 주식 증여를 했다는 보도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주식 가격이 내려갔을 때 자식에게 증여를 해야 세금 부담이 낮아지니까요. 시가가 낮은 부동산을 통해 증여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유동적인 자산을 증여할 때에는 자산의 가치가 내렸을 때 증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정확한 시세가 나오는 아파트가 있고, 공시지가나 감정 평가 금액으로 과세 표준을 정하는 부동산이 있죠. 즉, 시세가 정확한 아파트 대신, 주변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로 과표를 정하는 부동산으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처럼 주식 가격이 낮아졌을 때 증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예금 자산은 증여를 하지 말아야 할까요? 예금은 자산의 가치를 낮출 수가 없죠. 고액 예금을 가진 고객들 중에는 세금을 굉장히 많이 내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종종 사전 증여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자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사전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여드리고 싶지만,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증여라는 단어를 쉽게 꺼낼 수도 없죠. 그래서 사전 증여의 중요성을 꾸준히 안내하고 중재 역할을 해드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바로 요즘 사전증여를 하기 좋은 시절이 온 것입니다.


자산을 관리해주는 세무사나 변호사를 따로 둔 고액 자산가라면 사전 증여를 미리 준비할 것입니다. 사전 증여를 한다는 것과 자산의 가치가 낮을 때 증여를 한다는 것은 일맥상통합니다.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에서는 증여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증여를 해야 한다는 인식도 낮은 편입니다. 미처 사전 증여를 생각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는 달라야겠지요? 증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고 자신들의 자산을 똑똑하게 잘 물려주는 것을 고민해야 내 아이가 부자가 되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가 관리를 해드리는 70대 H 고객은 네 명의 손주를 두고 계셨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대학교 학비라도 보태기 위해 증여를 결심하셨죠. H 고객은 은행에 방문해 유치원생, 초등학생인 손주들에게 각각 2,000만 원씩 증여를 했습니다. 아이들 명의로 연금 보험에도 가입했고요. 그렇다고 H 고객처럼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만 증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는 누구나 할 수 있죠. 다만 자산가는 일시금을 줄 여력이 되는 것이고, 중산층이나 서민층 가정에서는 시간을 두고 적립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적립식 증여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간이 소요되겠지요. 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플랜을 짜고 자산을 축적해야 스노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른 증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아이의 자산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부자들은 실제로 자금 출처를 대비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철저히 준비합니다. 본인의 사후에 일어날 여러 경우의 수까지 계산하죠. 꼭 부자들만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것에 앞서 탄탄한 자산을 구성할 수 있는 증여 플랜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 돈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 몫의 자금을 만들 여유도 없다 하십니다. 혹은 나만 모르는 것 같아 왠지 물어보기 민망합니다. 평소 궁금했지만 은행 갈 시간도 없고, 마음 편히 은행 직원과 상담받기에는 은행 대기시간도 너무 깁니다. 띵동 소리에 자리에 앉긴 했지만 붐비는 객장에서 여유롭게 상담하기에는 무언가 마음이 쫓깁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당장 급하지는 않으니 다음에 다시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들 다들 하시죠? 그리고선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금쪽같은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때마침 장타를 날려볼 만한 좋은 기회도 왔습니다. 저는 은행원이니만큼 고객이 은행돈을 찾아서 증권계좌로 보내는 것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지만,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주식투자비중을 일부 가져가 볼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개별종목이 자신 없다면 주식형 펀드도 좋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이 돈을 모으는 데 있어 최고의 무기는 시간이며 코로나 바이러스도 시간을 이기지 못할 테니까요.

(사진출처. 영화 기생충 포스터)

이전 06화 살아 숨 쉬는 돈을 만들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