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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숙 Jun 20. 2020

아이 통장에 글로벌 자산도 담고 싶어요.

내 아이 자산관리 바이블

 #한바구니에담지마라 #환율리스크가변수     


20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보니 수백억 원, 수천억 원대 자산가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들의 습관을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명동에서 만난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90년대 후반 IMF 경제 위기를 직접적으로 겪은 분들입니다. 그들은 원화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자산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예금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이 원화로만 구성되었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이죠. 그래서 부자들 중 일부는 항상 달러 자산의 비중도 신경을 썼습니다. 남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시작해 해외 수출로 사업을 확장한 경험이 있는 I 사장님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달러가 매우 부족한 IMF 경제 위기 시절 외화를 벌어들여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수출에 주력해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1,000원을 주고 살 수 있던 1달러의 환율이 2,000원으로 올랐다면 보통 환율이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또는 1달러를 살 때 이전에는 1,000원만 주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2,000원을 내야 하니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고도 말하죠. 만약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을 때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주식을 팔아 수익을 가져갈 것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려가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어 주식은 상승 국면을 이룹니다. 환율이 오로지 하나의 요소로만 움직이지는 않지만 이렇게 주식과 환율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산가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자신들의 바구니를 원화로만 채우지 않고 달러 자산을 꼭 함께 담습니다.    


달러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달러 입출금 통장부터 소개해보죠.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면 늘 환율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원화와 달러를 함께 운용하려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앞으로 환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설명하겠지만 환율로 인한 환차익, 환차손은 예금의 이자보다 변동성이 큽니다. 그만큼 이익이나 손해가 날 수 있는 금액도 상당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장이 바로 달러 입출금 통장입니다.    


달러로 입출금을 한 통장을 살펴보면 거래한 당시의 환율이 통장에 함께 표시됩니다. 내가 달러를 얼마의 환율로 샀는지, 혹은 내가 산 달러의 가치가 얼마나 상승하고 하락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푼 두 푼 모아 일정 금액 이상의 달러 자산을 모으면 달러 정기 예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짧게는 1개월부터 예치할 수 있어요. 제로금리를 유지해 오던 미국 기준금리가 2016년도 무렵부터 인상되며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반대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의미하죠. 미국에 돈을 가져가면 높은 금리를 주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으니 신흥국 자금이 미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금리를 올려 자금 이탈을 막으면 좋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죠.


자연스레 우리나라와 같은 이머징 국가에서 미국으로 자금 이탈이 심화됩니다. 특히 2019년도의 경우 원화 예금 금리보다 달러 예금의 금리가 높은 흐름을 보였는데요, 원화 예금 금리보다 달러 정기예금금리가 최소 0.5% 이상 높았습니다. 달러로 운용 가능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였죠.


정기 예금 이외에도 은행에서는 달러 RP(Repurchase Agreements)나 달러 ELB(Equity Linked Bond), 달러 DLB(Derivative Linked Bond, 기타파생결합사채), 달러 ELS(Equity Linked Securities)상품도 판매합니다.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달러 RP는 투자자에게 미리 약정된 이율의 채권을 매도하고 만기에 지급하는 달러 표시 단기 금융 상품입니다. 은행에서는 주로 단기 RP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달러 정기 예금보다 금리가 높지만, 중도 해지하게 되면 수수료가 발생하거나 해지가 불가하기도 하므로 가입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달러 ELB는 기초 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채권입니다. ELB는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 수익을 주는 대신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원금 보장형 상품 등을 일컸습니다.


달러 DLB는 ELB와 유사하지만, 원유, 금, 통화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기타 파생결합 사채입니다. ELB와 DLB는 모두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므로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제한적인 수익만 제공하기 때문에 높은 이익을 보장받지는 못합니다. 달러 ELS는 앞서 투자 상품 편에서 설명한 ELS의 개념대로 이해하면 됩니다.


달러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은 환율이라는 변수를 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에 1,120원일 때 과감하게 1만 달러를 사들여서 연 5퍼센트 수익의 달러 ELS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ELS가 1년 만에 청산되면 500달러라는 달러이자가 발생합니다. 15.4퍼센트의 세금을 제하고 나면 423달러라는 이자가 발생하는 것이죠. 만약 환율이 1,160원으로 상승하게 되면 어떨까요?    


10,000달러 × 1,120원 = 11,200,000원 → 가입 시점

10,423달러 × 1,160원 = 12,090,680원 → 만기 시점    


연 5퍼센트의 수익과 환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가입 시점 환율이 1,160원, 만기 시점 환율이 1,120원으로 하락하게 되며 어떨까요?    


10,000달러 × 1,160원 = 11,600,000원 → 가입 시점

10,423달러 × 1,120원 = 11,673,760원 → 만기 시점    


이처럼 환율이 하락하면 아무리 높은 쿠폰으로 수익이 발생했다고 해도 고객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달러로 투자할 때 환율이라는 무시무시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죠. 만기가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원화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사는 것은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되기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은행에서 어떤 상품에 가입하려고 할 때, 상품명이 영어 약자로 표기되어 있다면 주의하세요. 반드시 해당 영여 약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체 이름에 상품의 특징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ELB의 ‘B’는 채권을 의미하는 ‘bond’, ELS의 ‘S’는 증권을 의미하는 ‘securities’입니다. 상품의 위험도를 따져본다면 증권이 더 위험하겠죠.


2019년에 원금 100퍼센트 손실로 문제를 일으켰던 DLS와 DLF(Derivative Linked Fund, 파생결합펀드) 같은 상품도 가입할 시점에 파생을 의미하는 ‘derivative’라는 단어만 파악했다면 문제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이 넣은 원금에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가입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도 있었겠죠.


달러 상품의 수익은 환율의 변동성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행히 아이 명의의 자금을 운용할 때에는 적어도 10년 이상 20년 정도까지 긴 투자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달러 상품으로 투자를 하길 원한다면 환율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달러나 상품을 사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환율 때문에 고민하고 싶지 않다면, 매월 적립되는 달러 적금이나 달러 적립식 저축 보험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달러 적금 상품의 경우 내가 원하는 환율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두세요. 다양한 부가 기능을 이용해 꾸준히 모아나간다면, 만약 아이가 유학을 떠나게 됐을 때 많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겁니다.


(사진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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